책을 사서 읽어주신 분들 중에서 "어, 이거 브런치에서 본 거 같아요!"라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준비한 나름의 안내 가이드랄까...
브런치에서 활동하다 보면 브런치에 올린 글을 책으로 내게 되면서, 브런치의 글을 모두 지우시는 분들도 가끔 보는데, 나는 굳이 저걸 지울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각자의 선택이니 옳다 나쁘다 하는 건 아니고.
다만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진짜 '출간 작가'가 되었다고 괜히 생색을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브런치에서 내 글 공짜로 읽을 생각하지 말고, 돈을 내고 책으로 읽어라! 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진짜 종이책을 사서 읽어주는 독자는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존 글에 달려있던 댓글 지워지는 게 아쉬워서 글을 못 지우는 편이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온라인에 올라가 있는 글 지워달라" 하는 요청이 없으면 굳이 지우지 않고 놔둔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다섯 종의 책을 내면서 그런 요청을 하는 출판사는 하나도 못 봤고.
그렇게 글을 쓰다가 브런치에 만들어놓은 브런치북들이 꾸역꾸역 책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어, 이거 브런치에서 본 거 같아요!" 말해주는 독자도 가끔은 있고. 그러니 브런치북을 읽다가, 어 이거 재밌네, 책으로 읽어보고 싶네 하는 게 있으면, 책으로 사서 읽어달라는 뭐 그렇고 그런 홍보 겸 잘난 척의 시간입니다, 네네. 스웩...
그렇다면 어떤 브런치북들이 어떤 책으로 탄생하였나.
음악 에세이 브런치북 [음악 동기화]의 일부 내용은 올해 출간된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에 수록되었다. 작가 지망생이 되고서 제일 먼저 쓴 게 음악 에세이였는데, 다섯 번째가 되어서야 책이 될 수 있었다. 브런치에 글 쓰면서 처음으로 만든 브런치북이었는데, 종이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5년 정도가 걸린 셈. 물론 책은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해서 나왔다.
[무명 글쟁이의 글쓰기 비법]이라는 브런치북은 <작가의 목소리>로 만들어졌다. [무명 글쟁이의 글쓰기 비법] 브런치북에 쓰인 표지는 내 세 번째 책의 표지인데... (중략...)
당시 이 브런치북은 브런치 공모전에 제출한 상태였다. 출판사 마누스에서 "혹시라도 공모전에서 떨어지신다면 해당 브런치북을 우리 출판사와 함께 작업합시다..." 하여 나오게 된 책. 나로서는 뭔가 굉장히 든든한 보험을 두고서 쓰게 되었던 브런치북이었달까.
[글쓰기로 주접 한번 떨어보겠습니다]라는 브런치북 역시 출간 계약을 하여, 내년 초에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나로서는 여섯 번째 책이 될 이야기들. 역시 작년 브런치북 공모전에 제출했다가 물을 먹었던 글인데, 공모전에 떨어졌어도 이렇게 글은 남으니, 또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출판사와 이미 책 제목은 협의가 되었는데, 무슨 제목인지는 안알랴줌. 뭐 궁금하시기야 하겠냐마는.
올해 열린 브런치북 공모전에선 좀 무리를 했다. [사랑하는 이가 작가 지망생이라면], [비와 음악], [글쓰기 아포리즘] 세 개나 던졌다. 공모전에 당선될 확률을 0.02%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결과 발표일 이후에는 원고들을 추슬러서 이런저런 출판사에 보내볼까 싶기도 하다. 어떤 브런치북은 책이 될 수도 있을 테고, 어떤 브런치북은 영원히 브런치라는 곳에서만 머물 수도 있겠지.
글을 쓴다는 건 늘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은, 확신이 없는 일. 다만 앞서 말했듯 당장의 공모전에는 떨어지더라도 글은 남는 것이니까. 다듬고 다듬으면 언젠가는 브런치북도 진짜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문득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