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전에 정아은 작가님 이야기를 좀 하자면. 평소에 정아은 작가님을 가리켜 a은a은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없어. 그냥 그렇게 부르고 싶어서 부른다능.
a은a은 작가님하고는 페북에서 알게 됐는데, 페북에서 제공하는 재미난 서비스 중 하나가 나는 '함께 아는 친구'라고 생각하거든.
내가 페북 친구 한 200명 정도였을 때 추천 친구로 a은 작가님이 뜨는데, a은 작가님 함아친이 100명이 넘게 뜨는 거여...
그때 나 솔직히 그거 보면서... 조금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절대 이분과는 친구가 될 수 없겠다, 나와는 달리 이 작가님은 이 출판업에서 완전 핵인싸인가 보다... 했던 거지. 아니 어떻게 내 페북 친구 200명 중에 절반의 사람을 함께 아는 거지?
그러다가 a은 작가님이 나한테 친구 신청을 했는지, 내가 친구 신청을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아마 내가 하지 않았을까?) 친구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지금 나는 아은 작가님을 a은a은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a은a은 작가님이 올리는 모든 글에 '웃겨요'를 누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기에 이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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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잠깐 하자면, 책 보면서 a은 작가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어서 좋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어서 또 좋았다.
글을 쓰는 삶에서, 스스로를 미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가, 찬란한 미래를 꿈꾸기도 하다가, 정신차려! 정아은!도 했다가, 커리어가 이어지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거 같아서 이건 마치 하나의 성장 드라마. 책 보면서 a은 작가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우울했고 그걸 이겨낸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나보다 훨씬 성숙한 글쟁이가 아닌가... 가령 나 같은 인간은, '합평' 그거 글쓰기에 별반 도움도 안 되고 상처만 받을 수 있는 거 애진작에 때려쳐라, 하는 입장이지만 a은 작가님은, 다치지 않고 합평하기를 제안하는 타입이랄까... 멋쟁이 a은 작가님... a은 작가님, 저는 언제쯤 성숙한 글쟁이가 될 수 있는 건가요...
목차를 봤을 때는 '거절 메일'과 a은 작가님이 겪은 편집자 3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재밌지 않을까 싶었는데 과연 그랬다.
'거절 메일'은 신춘문예 등단 작가도 거절을 당하는군! 싶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고... 야! 내가 샤덴 프로이데다!!! a은 작가님... 저는 정말 언제쯤 성숙한 글쟁이가 될 수 있을까요...
나는 작가가 편집자 이야기를 다룬 글을 무척 좋아하는데(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이런 글을 읽다 보면, 당연히 내가 쓴 <난생처음 내 책>을 비교해 가며 읽을 수밖에 없다. 내 책의 부제가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였으므로.
여하튼 편집자를 다룬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뭐, 내 책이 더 재밌지 않나, 뭐 이런 생각하면서... 뭐... 왜... 글쟁이가 이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묘... a은 작가님... 저는 언제쯤 성숙한 글쟁이가...
암튼 a은 작가님이 겪었다는 이런저런 타입의 편집자를 보면서, 와 나는 a은 작가님이 겪은 편집자 s와는 절대 같이 못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의하면 편집자 s는 작가가 써온 원고에 절대 만족하지 않고, 작가가 써온 원고를 다시 써오라고 말하며, 다시 써온 원고를 또다시 써오라고 말하는 원칙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고...
못해못해. 나는 못해.
작가님 편집자 s와 어느 책의 편집을 두고서는 본문 일부에 볼드를 먹이느냐 마느냐로 옥신각신 하셨다고.. 편집자는 볼드가 필요하다, 작가는 그것은 아니 되는 일이라며 대립각을 세운 것인데 그 부분 읽으면서 나는 속으로, 으으 a은 작가님, 물러서지 마십쇼, 끝까지 의견을 내십시오오오오.. 응원을 하기도 했다..
여하튼 다른 작가들이 말하는 편집자 이야기는 늘 재밌다능.
나에게 최고의 편집자를 꼽으라면... 나는 '내 글을 좋아해 주는 편집자'라고 말하는 편인데, a은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편집자는 책에 등장하는 편집자 s와 닮았다고 한다. 이런 걸 보더라도 확실히 a은 작가님은 무척이나 성숙하고 자신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작가가 아닌가..
사실 보고 있으면 하고픈 이야기가 좀 많아지는 책인데, 너무 후루룩 읽어서, 나중에 찬찬히 읽고 다시 떠들어보는 걸로. 책은 추천합니다, 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