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까지 오라는 통원수술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일곱 시 반이었다. 통원수술센터로 가는 길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한 사내는 전화로 상대에게 고함을 질러댔다. 아마도 아이의 수술을 앞두고, 서두르지 않은 탓에 아내와 다툼을 벌이는 듯했다. 그런 고함을 들으며 나는 간호사가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렸다. 내 앞 순서의 영감님 한분은 예약은 됐지만, 스케줄을 억지로 만들어 넣은 거라 지금 당장은 베드가 없으니 밖에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감님은 간호사에게 성을 냈고, 나는 뒤에서 아무 말도 없이 기다렸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자, 베드가 있다며 들어오라고 했다. 영감님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냐며, 내가 이 사람보다 일찍 왔는데 왜 이 사람은 침대를 주고, 나는 밖에서 기다려야 하냐며 또 성을 냈다. 간호사는 어찌할 줄을 몰라했고, 나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간호사가 다음 행동을 해줄 때까지 기다렸다. 간호사와 함께 환자 락카에 들어서 설명을 들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간호사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너무 정신이 없네요." 간호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너무 정신없어요." 하고 대꾸해 주었다. 락카에 신발과 겉옷과 속옷, 핸드폰까지 모두 던져놓고서 나는 통원수술센터 베드에 누웠다. 하얀 병원 천장을 보니 비문증으로 인한 벌레들이 더욱이 활개를 치며 날아다녔다. 다음에는 안과에도 한번 가봐야겠군, 하는 생각으로 벌레들을 따라 눈알을 돌리다가, 계속계속 생각했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 그 와중에 한 간호사가 와서, "16번 환자분 일어나 보세요, 번호가 바뀌었어요." 했다. 나는 내가 엉뚱한 베드에 누웠는가 싶어 금세 일어났지만, 간호사는 이내 "아, 아니네요, 제가 번호를 잘못 봤네요, 다시 누우세요." 하고는 가버렸다. 얼마 뒤 수액줄을 꽂고서 나는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했다. 통원수술센터는 이런저런 과의 환자들이 드나들었다. 백내장 수술을 하는 노인들이 많은지 안과 환자들이 많아 보였고,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치과환자도 있었다. 바로 옆 환자는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소변이 나와야지만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옆의 환자가 어떤 병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통원수술센터에는 대략 40여 개의 베드가 있는 듯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북적거림 속에 통원수술센터 베드에 누워있으니, 베드가 하나둘 빠지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베드가 나간 그 자리에는 환자의 슬리퍼 한 짝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