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황석희>를 읽다가

by 이경




다 읽은 건 아니고 1/3 읽었다. 재밌네, 글 잘 쓰네, 술술 읽히네, 하면서 읽는다.


외국어는커녕 우리말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나지만, 출판업계에 엄지발가락 정도 담그고 물장구 참방참방 치고 있다 보니 몇몇 번역가분들과도 알고 지내게 된다. 나에게는 경이로운 직업군의 사람들. 리스펙트...


번역가 황석희 씨와는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고, 그저 나 혼자 가지고 있는 일화와 이미지가 있다. 그러니까 이건 2018년쯤의 일.


한 출판사 대표님이 있다. 출판사의 대표이자 편집자이면서 이명으로 번역일도 하는 그는 어느 한 소설을 번역하여 자신의 출판사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은 작가 지망생을 보내던 시절 내가 아주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 소설이 영화화되었고, 그 영화의 번역을 맡은 이가 황석희 씨였다고. 황석희 씨는 참고 삼아 번역된 소설을 읽다가, 번역 소설에서 오역을 발견했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출판사 대표는 황석희 씨에게 자신의 오역을 인정하면서, 혹시 다른 부분에서도 오역이 있는지 황석희 씨에게 물었다고. 그렇게 두 사람은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뒤 출판사에서는 몇 군데 수정을 거쳐 개정판으로 소설을 냈다는 이야기였다.


출판 번역가와 영상 번역가의 협업(?)에서 내가 감동했던 건 자신의 오역을 인정한 출판 번역가의 태도였다. 동종직업군의 사람에게, 그리고 연배가 훨씬 어린 이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문을 구하며, 오류를 고치고 개정판을 내는 모습에서 나는 참된 출판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번역 : 황석희>에는, '농아'라는 단어를 쓴 작가가, 잘못된 단어라는 청각장애인의 지적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부하며, '반성에 자존심 같은 거 없어.' 하는 문장이 나온다. 이런 걸 보면 유유상종이라고 하는 걸까.


그나저나 나는 왜 이 출판사 대표와 황석희 씨의 일화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가.

2018년 책을 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출판사에 음악 에세이 원고를 투고했다. 그 어느 곳에서도 긍정적인 답을 주지 않던 그때에, 처음으로 '글이 참 좋네요.' 라며 계약 이야기를 꺼내 준 이가 바로 황석희 씨의 지적에 자신의 오역을 인정했던 출판사의 대표님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때 이 출판사와 계약을 하진 않았지만,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 시절 이 출판사 대표님의 메일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황석희 씨가 오역을 발견했다는 그 소설 작품이 무엇이고, 자신의 오역을 인정한 그 출판사 대표님이 누구인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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