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년도 벌써 1월의 마지막날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
2. 어제는 퇴근길 마트에 들렀다가, 애호박 하나 셔틀하라는 와이프의 오다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애호박 하나가 2,990원. 쏘 익스펜시브... 애호박이 비싸면 나는 슬퍼져요... 애호박을 가리켜 채소계의 비트코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그만큼 가격 변동폭이 크다고... 하지만 3,490원짜리 청양고추는 포기하지 못하였다는 소식.
3. 1월이 다 갔지만 원고는 손도 대지 않았다. 2월에는 손을 댈까? 모르겠네.
4. 마음이 답답할 때는 이시카와 다쿠보쿠나 다자이 오사무를 읽는다. 어제는 다자이 오사무의 수필선집을 꺼내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 읽으니까 원고를 한번 다시 들여다보긴 해야 할 거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2월에는 손을 댈까? 모르겠네. 글 따위. 책 따위.
5. 가끔 대출까지 받아서 자비출판 했다는 사람을 보는데, 도대체 책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는 걸까 싶어 진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대출받아서 자비출판한 사람이 그걸 경험이랍시며 다른 사람들에게 글쓰기 같은 걸 가르친다면 나는 조금 뜨악할 거 같아. 독립출판도 아니고 자비출판인데 굳이? 그런 사람들은 대체 어떤 글쓰기를 가르치는 걸까. 은행에서 대출 심사 통과하는 법 같은 거 가르치나? 은행별 금리 안내해 주고?
6. 요 며칠 유튜브에서 'UV방(UV녹음실)'을 여러 편 봤다. 테이가 녹음한 <개꿀 연예인>은 음원으로도 나와서 들어봤다. 개꿀, 개꿀, 개꿀 아, 개꿀 연예인... 개꿀, 개꿀, 개꿀... 귀에서 자꾸 멜로디와 가사가 맴돈다. 큰일이네. 나도 꿀 빠는 삶을 살고 싶다. 일확천금, 불로소득, 무병장수 하고 싶어. 근데 셋 다 안 될 거 같아...
7. 수요일은 원래 '유퀴즈온더블럭' 이랑 '라디오스타'를 보는 날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수요일이 되면 '나는 솔로'를 기다리게 된다. 그것은 거의 불가항력에 가까운 일로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여하튼 '나는 솔로'를 보면서, 세상에, 고백도 공격이 될 수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이번 기수 광수의 고백 공격은 대단하다.
나는 '고백'이라는 단어를 특히나 좋아해서, 책에 관련 꼭지도 여럿 썼고, 지난 책에는 아예 제목으로 넣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의 경우 글을 쓰는 행위(특히나 에세이의 경우)가 일련의 고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보이기도 하고, 현실 세계에서 말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결과를 알 수 없는 것 또한 글쓰기와 고백의 닮은 점 같기도 하고.
'고백'이라는 제목의 음악들은 어지간히 못 만들지 않으면 대부분 평타는 하는 듯하다. 이토록 좋아하는 '고백'인데, '나는 솔로'에서의 무자비한 고백 공격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나에게도 저렇게 고백 공격을 해대던 사람이 있었는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4년 전에...
8. 연초에 올해는 싫은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말해두었는데. 주변에 말귀 못 알아듣는 답답이 하나가 엮이면서 올해도 또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한참을 떠든다고 1월을 다 보냈다. 반성합니다. 2월부터는 다시 좋은 것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야지.
9.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송해 할아버지 살아 계셨을 때, "전국~" 외치면 사람들이 "노래자랑~~~" 했던 것처럼. 내가 "그 노래가 내게~~~" 하면, 사람들이 "고백하라고 말했다~~~" 해주는 상상. '전국 노래자랑'처럼 착 감기는 어절은 아니지만, 책이 오지고 지리게 많이 팔리면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고 나면, 그야말로 뻘생각이네 싶어 져서 금세 부끄러워진다. 아이, 부끄러워.
10. 그러니 부끄러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2월에는 다음 책을 또 써볼까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