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두어 달 전인가 아주 오랜만에 치과에 들렀다. 치과 선생님 진료를 보시고는 나에게 넌지시, 삶의 의지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며, 삶의 의지를 좀 갖고 살라고 하셨다.
메타포를 활용한 은은한 제언이었지만 한마디로, 너 이 새끼 제때제때 치료 좀 하라는 말씀.
2. 이걸 뭐라고 하지. 의사 농담이라고 해야 하나? 흔히 외과를 칼잡이라고 하고, 내과를 약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던데. 나는 칼잡이를 따로 만나지는 않지만, 네 사람의 약쟁이를 주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 만난다. 가끔씩 내가 이 약쟁이 선생님들한테 약 안 받아먹고살면 삶이 얼마나 유지되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약쟁이 선생님 네 명 중에 두 사람을 만날 때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약을 타오곤 하는데, 다른 선생님 두 사람을 만날 때면 대기실에 딱 봐도 너무 아파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서 심란하다.
여하튼 약쟁이 선생님 네 사람만 만나는 것도 버거운데(?) 조만간 약쟁이도 칼잽이도 아닌 다른 진료 과목 선생님 한 명 더 만나보기로 했다.
3. 병원 대기실 화면에 음절 하나가 빠진 이름과 성별과 나이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서러움을 느낀다. 60대, 70대, 80대 사이에서 나 홀로 40대 일 때는.
4. 어릴 때는 '성인병'이라는 단어가 정말 나와는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각종 성인병을 달고 사는 걸 보면, 나 성인 맞구나 싶기도 하고.
5. 최근 온라인에서 나와 투닥투닥한 글쓰기강사 모씨는 누군가 자기를 비판하면 '조금 아픈 사람'으로 치부하며 정신승리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런 농은 사실 굉장히 위험하고 저질이며 수준 이하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글을 썼을 때는 나를 비판한 사람이 안 아픈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저주를 담은 것이라 문제인 것이고, 나를 비판한 사람이 조금 아픈 사람이라면 팩트폭행이라 문제인 것이다.
근데 나는 조금 아픈 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많이 아픈 사람이라능. 나는 많이 아픈 사람인데, 글쓰기강사는 왜 나에게 조금 아픈 사람 같다고 하는 거냐. ㅋㅋㅋ
여하튼 몸이든 마음이든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아픈 사람으로 치부하는 그런 사람이 글쓰기를 가르친다니 정말 통탄하고 비탄하고 한탄하고 개탄하지 아니할 수가 없네. 이런 사람이 글쓰기를 가르치다니, 나 같으면 쪽팔려서 글쓰기 못 가르침. ㅋㅋ
6. 어디서 본 글이었지. 인디언 속담이랬나. '죽어가는 사람의 말을 믿어라, 그들은 진실을 말한다.' 하는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 말은 대개 사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부러 투병기를 찾아 읽기도 하고, 투병을 하며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을 좋아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투병기를 읽는 것은 몹시도 마음이 힘든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