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Feb 26. 2024

브런치에 일기 써도 괜찮아요



나는 선무당 같은 몇몇 글쓰기 강사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데, 가령 글은 무조건 짧게 써야 한다고 말하는 부류들이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하나만 알고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런 단문주의자들 조차 정작 자신의 글은 장황하고 늘어지게 써서, 엉터리 문장을 만들어내거나,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만약 만연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단문주의에 빠질 이유도 없을 텐데, 길게 제대로 쓸 능력이 안 되는 선무당들이 대체로 타인에게도 단문'만'을 권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선무당 같은 글쓰기 강사의 이상한 주장이 담긴 글을 보았는데 한마디로 브런치에 일기 같은 글을 쓰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많은 글쓰기 강사들이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에 대해 각자 정의를 내리지만 그건 그야말로 글의 성격이나 독자의 유무, 장르의 구분일 뿐, 브런치에 쓰지 못할 글이 무엇인가.


오히려 일기야말로 가장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글보다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글 아닌가. 꼭 진짜 일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문학작품들은 일기의 형식을 차용해서 쓰이기도 하며, 또 어떤 일기는 그 자체로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브런치에 일기 올리지 말라는 사람은 아마도 어린 시절 <안네의 일기> 같은 글을 읽어보지 못하고 자란 건 아닐까.


누구보다 열린 생각으로 열려 있는 글쓰기를 해야 할 글쓰기 강사가 글쓰기 플랫폼에서 특정 장르를 배제한 글쓰기를 주장한다면, 그는 글쓰기 선무당일 확률이 높다. 더욱이 브런치에 일기 쓰지 말라는 사람의 글을 막상 읽어보았을 때 일기조차도 될 수 없는 글 투성이거나, 자신의 글쓰기 강의를 알리는 자가선전에 지나지 않는 게시물을 시시때때로 올린다면 그건 정말 웃어주기도 민망한 코미디가 아닐까.


나에게 브런치가 좋은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이곳은 광고나 홍보글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겠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어울리지 않는 글은 무엇일까. 한 개인의 서사가 담긴 일기일까? 아니면 글쓰기 강사의 강의 홍보글일까?


"일기는 일기장에" 같은 댓글이 달릴까 봐 두려운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브런치에 일기 써도 괜찮아요. 글쓰기 선무당들의 게시물보다 훨씬 가치 있는 글일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