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May 08. 2024

브런치에 글 쓰기 싫은 이유



2018년 출판사에 투고하다가 한 출판사 편집자의 '글쓰기 연습하기 좋은 플랫폼'이라는 소개로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편집자의 말처럼, 콤푸타에 랜선을 꽂은 이래 지금까지 이런저런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웹진 등에 글을 쓰고 있지만 브런치만큼 글쓰기에 최적화된 UI를 갖춘 곳은 없는 듯하다. 저서 <난생처음 내 책>, <작가의 목소리>,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에 실었던 몇몇 꼭지들은 브런치에 써두었던 글을 그대로 옮기거나 다듬었던 것이니 개인적으로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고마운 마음도 든다.


글쓰기 권한을 따로 부여받아야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아도취나 자의식과잉에 빠진 수많은 작가병 환자들을 배출해내기도 하지만, 출판사와 연계한 출간 공모전을 연다거나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프로페셔널 작가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 또한 브런치가 내세울 수 있는 자랑이 아닐까 싶다.


이런 브런치에 글 쓰기 싫은 딱 하나의 이유를 들라고 하면 역시나 몇몇 소수의 라이킷 빌런들 때문이다. 요즘에는 매크로를 돌리는지 글을 올리자 마자 좋아요를 눌러대는 한 두어 명 때문에 정말이지 브런치에 글 쓰기가 싫어진다. 혹자는 글에 라이킷 숫자 올라가면 남보기에도 좋을 텐데, 그게 무슨 문제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글을 읽지도 않고 올라오는 글마다 족족 좋아요를 눌러대는 빌런들의 행동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자신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함일 것이다. 내 시간은 소중하다. 나는 너의 글을 읽지 않지만 좋아요를 눌렀으니 너도 와서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을 해라. 그렇다면 나도 너를 맞구독 해줄게, 하는 식의.


글쓰기 플랫폼에서는 자신의 글과 시간이 소중한 것만큼 타인의 글 또한 소중하다. 그러니 라이킷 빌런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글과 시간의 소중함을 헤아릴 줄 모르는 버러지들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버러지에 비유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느냐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버러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달까... 깔깔깔.


지금까지 브런치를 하면서 몇몇 라이킷 빌런들을 보았다. 라이킷을 눌러대는 이들을 심증만 가지고서 마냥 비판할 수 없으니, 물증이 필요할 텐데, 개중 어떤 이는 몇달간 올라오는 모든 글에 좋아요를 눌러보았음을 스스로 시인하기도 했다. 제 딴에는 그게 무슨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테스트랍시고 행한 짓 같은데, 타인의 글에 무조건 좋아요를 눌러대는 시간에 비해 반응이 적으니 그제야 빌런짓을 멈추었단다. 이 말인즉슨 무작정 라이킷 눌러대는 행위에 그만큼의 반응이 뒤따른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 짓을 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 역시나 이런 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글만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몹시 이기적인 인간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순진하다. 라이킷 빌런들이 빌런 짓을 해도, 아 저 사람이 내 글을 좋아해서 좋아요를 눌러주나 보다, 내 글을 응원해주는가 보다, 하고서 쉽게 쉽게 감화하여 구독버튼을 눌러주기도 한다. 그렇게 라이킷 빌런들은 구독자를 늘려가며 이런저런 문우들과 어울렁더울렁 하며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는 그게 존나 위선이고 가식처럼 보이는 것이다. 우웨에엑... 우웨웨에에에에에엑...


글을 쓰는 이에게 소중한 건 알맹이 없는 숫자가 아니라, 진짜로 내 글을 읽어주고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읽지도 않은 글에 좋아요를 눌러대는 버러지 같은 라이킷 빌런만 아니라면, 브런치에 글 쓰는 게 지금보다 훨씬 재밌을 텐데 말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에 일기 써도 괜찮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