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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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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09. 2024

투고일지. 2



2019년부터 작년 2023년까지.

매년 한 종씩 총 다섯 종의 냈다.

2019년 소설 <작가님? 작가님!>

2020년 에세이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2021년 에세이 <난생처음 내 책>은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2022년 에세이 <작가의 목소리>

2023년 에세이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해서.


여섯 번째 책은 출간계약까지 맺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고(계약 파기의 이유를 이 글에서는 차치하도록 하고) 내 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 원고를 어찌해야 할까, 하다가 다시 투고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던 거지. 사실 이 마당에 책 내려면 뭐 투고 말고는 다른 마땅한 방법이 없을 거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투고를 통해 나온 책이 2021년에 출간했던 <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였다. 이 원고를 내가 출판사에 던졌던 것은 2020년 5월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출판사 문을 두드리며, 원고를 던진 것은 2020년 5월이 마지막이었던 것.


투고처와 결과 등을 정리하고 있는 엑셀 파일의 최종 업데이트 일 역시 오랫동안 2020년 5월에 머물러 있었다. 이 최종 업데이트 일을 지난주 4년 만에 갱신했다. 지난 금요일 출판사 세 곳에 원고를 보냈고, 세 곳 모두 메일을 확인하였으며, 그중 사흘이 지나 한 곳으로부터 반려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추가로 네 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던졌다.


투고 = 7

반려 = 1

대기 = 6


투고 메일을 쓰는 순간순간마다 부끄럽다. 요즘은 정말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이고, 주변에 알고 지내는 편집자들과 출판사들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읽어봐야 별 도움도 되지 않을 시시콜콜한 원고를 던져도 되는 걸까 싶기도 하고. 


페북에서 한 편집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페친이라는 이유로 '페친 덕 좀 보자'며 원고를 던졌다는 누군가를 이야기한 글이었다. 그 '누군가'는 그러고서 며칠 후 그 편집자와 페친을 끊었다고. 세상엔 정말 별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싶었다. 나는 아는 사람을 이리저리 피해서 원고를 던진다. 괜히 알고 지내는 편집자와 사이 어색해지고 싶지 않아서. 한 종합 출판사는 에세이 담당 편집자 메일이 따로 있어서 던져보려 했으나, 아뿔싸. 나와는 온라인 친구를 맺고 있는 이가 투고 원고를 담당하고 있었다. 결국 투고를 포기.


원고 투고라는 게, 출판사에 "내 원고를 읽어보시고, 책 좀 내주시오." 하는 부탁의 일이지만,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는 그런 부탁을 하고 싶지가 않다.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받는 거절은 그 고통이 배가 되므로.

그러니 나의 존재를 모를 듯한 그런 출판사를 찾아서, 원고를 던져본다.


오늘도 부끄럽다. 당분간 얼마나 더 부끄러워만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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