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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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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11. 2024

투고일지. 3




어제는 국회의원 선거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는 나카야미 시치리가 쓴 <카인의 오만> 리뷰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좋아하는 작가지만, 이름이 늘 헷갈린다. 시치리인지, 시리치인지. 해시태그로 '나카야마 시리치'를 넣었더니, 생각보다 태그가 너무 적은 것을 보고는 내가 이름을 엉뚱하게 썼다는 깨달았다. 시치리와 시리치가 헷갈리는 거니까 앞으로는 시치, 시치, 시치... 시치미를 연상해서 외우면 될까.

나카야마는 시치리는 시치미를 떼!...


맞춤법이 헷갈릴 설거지(새끼), 베개(새끼) 등으로 연상하여 외우듯이.

머리가 똘똘하지 못한 이의 암기법이란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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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고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가서 투표를 했다. 살고 있는 지역구가 나름의 접전지역이라 새벽까지 결과를 지켜봐야만 했다. 투표소로 향하는 길에 학교 도서관이 있어서 게시판에는 이런저런 글과 책에 관한 게시물들이 붙어 있었고, 한 쪽으로는 저학년 아이들이 직접 쓴 글도 붙어 있었다. 초등학생 2학년 아이의 글씨가 내 글씨보다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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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집 아이들은 콘솔게임으로 철권 7에 빠져있다. 철권 8이 나온 마당에, 뒤늦게 7이라니. 아이들도 나를 닮아서 세상 일에 한 발짝씩 늦는 걸까. 현질을 하면 철권 7의 새로운 캐릭터를 살 수 있어서 큰 아이가 캐릭터를 좀 사달라고 졸랐다. 아들아,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아빠가 캐릭터 카드 결제 해줄 테니까 나한테 네가 가지고 있는 현금 좀 주라, 해서 삥을 뜯었다. 저녁에는 그렇게 아이한테 삥 뜯은 돈으로 서점에 가서 구병모의 <파과> 개정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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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의 <파과>는 호흡이 몹시 긴 만연체의 글이었다. 나이 65세의 킬러가 등장하는. 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소설 중 킬러가 등장하는 가장 재미난 소설은 김언수의 <설계자들>이었다. 구병모의 <파과>는 어떨런지. 그렇게 구병모의 소설을 몇 페이지 읽고서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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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 다음날 출근을 해서는 이런저런 급한 일들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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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메일을 받는 출판사들의 업무 방식은 제각각일 텐데, 가령 내가 같은 시간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고 하여도 누구는 아침 8시에 확인을 하고, 누구는 저녁 10시에 확인을 한다. 누구는 메일을 받으면 바로 답장을 보내주기도 하고, 누군가는 전연 소식이 없기도 하다. 지난 4월 9일에는 네 곳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고, 아직 두 곳은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전에 한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과거 대형 종합출판사에 적을 두고 있을 때는, 투고 메일이 너무 많아서 대체로 30초 컷으로 원고를 처리한다고 했다. 내가 다른 투고자보다 조금 유리하게 눈길을 끌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마도 책을 다섯 종 출간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겠지.


오늘은  30초 컷으로 투고 원고를 걸러냈다는 그 출판사 한 곳에만 원고를 던져보았다.

담당자가 그래도 1분은 원고를 봐주지 않겠느냐는 마음으로.


투고 - 8

반려 - 1

대기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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