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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May 10. 2024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몹시 어렵다

구글에서 네이버 검색하기



구글에서 네이버를 검색하시거나, 네이버에서 구글을 검색해 보신 적 있으신지.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브런치에서 이런 비유를 드는 못마땅한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제 재미난 일이 하나 있었다. 다소 거친 언어로 쓴 내 글에 B가 댓글을 달았는데, 거기에 또 C라는 사람이 와서 B에게 댓글을 달았던 것. C의 댓글 내용은, 내가 쓴 글에 공감이 가지만 너무 거칠어서 당황스러웠는데 B의 글을 보니 좋았다, 역시 자기 취향에는 B의 글이 좋은 것 같다 하는 내용이었다.


뭐랄까. 이건 마치, 에이치오티(H.O.T) 팬클럽에 가서 젝스키스를 응원한다거나, 삼성라이온즈 응원석에서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는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당황스러웠다. 아니, 왜 내 계정에서 이러시는 걸까?


정아은 작가가 쓴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를 보면 재미난 내용이 나오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무라카미 류가, 헤르만 헤세보다 서머싯 몸이, 오정희보다는 박완서가, 에세이스트로는 임경선보다는 김현진이 좋다는 글이었다. 나는 정아은 작가의 이 글을 보고 되게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내가 아는 글쟁이들은 열에 열 모두 질투심이 어마어마하고, 이런 식의 비교 비평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들이라면 언젠가 공석에서든 사석에서든 마주칠 수 있을 확률도 높고. 


다만 정아은 작가는 책이라는 공식적인 매개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 것이니 글에서 언급된 작가들이 기분은 나쁠지언정 이해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취향이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거니까. 하지만 정아은 작가가 책에서 이렇게 썼다고 해서, 임경선 작가의 면전에 대고, "나는 당신보다 김현진의 글이 좋아요!"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지. 그건 취향 이전에 예의범절의 문제니까.


나는 굳이 내 계정에서 B를 칭찬하기 위해 나를 깎아내린 C의 댓글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C가 자신의 계정에서 따로 나를 비판한다든지, 아니면 B의 계정에 가서 아까 누군가의 글에서 쓰신 댓글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어요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이었을 텐데. C가 남긴 댓글은 겨우 두어 줄이었지만 나는 기분이 상해버렸고, B가 그 댓글을 본다면 중간에 껴서 곤란함을 겪지 않을까? 그러니 C의 댓글은 나에게도 B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 같았다.


결국 나는 C에게, 이런 댓글은 B의 계정에 가서 달면 되지, 왜 굳이 내 계정에 와서 달았는지 물어보았다. 인터넷에서 가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직접 물어보면 그들의 행동은 대개 비슷하다. 그들은 마치 글만 지워버리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과 한마디 없이 댓글만 지우고는 사라진다. 한마디 지적에 금세 지워버릴 글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생각 없이 댓글을 달았다는 걸까.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저 사과 한마디로 끝날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사과를 하면 마치 거대한 전쟁에서 패배하는 느낌이라도 드는 걸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정말이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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