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마음의 빚 있다'
수학 일타 강사로 활동했던 삽자루 우형철 씨의 별세 소식을 전한 한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인강(인터넷 강의) 세대는 아니어서 학창 시절 인강을 보고 자란 것도 아닐뿐더러,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던지라 초중고 시절 참스승이라고 여길만한 선생님도 그다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러다 나이 먹고 유튜브가 생기면서 유명하다는 몇몇 인터넷 강사들의 영상을 좀 들여다본 적이 있다. '난신적자'라는 사자성어는 전한길쌤의 샤우팅을 통해 알게 되었고, 개그맨보다 말을 재밌게 한다는 한 지리 선생님은 소설 같은 책이 너무 싫다고 말해서 놀라기도 했었다. (소설도 안 읽으면서 어떻게 저런 말빨이... 했던 거다) 그리고 몇몇 국어나 문학 선생님들의 작품 해석 강의를 보면서 동조하거나 갸우뚱하기도 했다.
삽자루 우형철 선생님도 그렇게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수학은 사인, 코사인, 탄젠트 같은 단어들이 나오면서 때려치웠기 때문에 삽자루쌤의 강의는 수학 그 자체보다 이런저런 어록이 담긴 영상을 주로 보았던 기억이다. 그래서 수학 강사로서 삽자루 선생님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고행을 택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바로 학원가의 댓글 조작을 폭로했던 일이 그렇다.
한동안 삽자루 선생님의 학원가 댓글 조작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무척이나 많은 걸 잃은 것처럼 보였다. 경제 사정은 나빠지고, 무엇보다 건강을 잃었으며,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댓글부대를 통해 다른 강사를 비난하고 자신을 치켜세우게 했던 이를 보았더라도 그저 모르는 척 눈감고 넘어갔더라면 그의 삶은 훨씬 편하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세상의 부조리에 대항하게끔 만들었을까...
조작이나 부조리라는 게 비단 일타 강사들만의 세계는 아닐 것이며, 일상에서 가벼이 글을 읽고 쓰는 이런 순간순간에도 비슷한 일은 생겨날 것이다.
내 눈에는 자신의 책과 관련된 악평에는 삭제를 가하며 정작 타인의 창작물에는 별점 테러를 하고 다니는 작가, 누군가 남긴 진짜 솔직한 후기는 숨겨놓은 채 자신의 마음에 드는 글만 골라 모아 '찐후기'라고 선전하는 글쓰기 코치, 실제 출판사 운영은 하지 않으면서 프로필에 출판사 대표 직함을 걸어 놓는다거나, 돈으로 소셜미디어의 팔로워를 사고서 마치 자신의 능력인양 선전하는 글쓰기 강사, 고액의 수강료를 받고서 자비출판을 유도하는 몇몇 책쓰기 협회, 아주 사소하게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타인의 글은 읽지도 않으면서 좋아요를 남발해 대는 이들 모두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타인을 기만한다는 점에서 댓글 조작단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입신을 위해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가벼운 조작과 부조리를 일삼는다. 세상 사람 대부분은 무감하게 넘어가고 말 그런 조작과 부조리를.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책을 내면서 글쓰기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당장에는 아주 사소한 조작일지 모르지만 이런 가벼운 부조리를 습관처럼 일삼는 이들이 나중에 가서는 아주 거대한 암적 존재가 될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불행하게도 세상은 자주 그따위로 흘러가곤 하니까.
살면서 부조리에 대항하는 몇몇 이들을 보았다. 옳은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삶은 대체로 고달프고 괴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용기를 내어 또 다른 옳은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하나둘 생겨난다고 믿는다. 나에게는 삽자루 우형철이 그런 용기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삽자루 우형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