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이 화제다. 같은 사진을 두고 오늘 페북에서 재미난 글들이 올라왔다. 한 출판사 대표님께서는, 요즘 책이 정말 안 팔리는데 한 선생님 정도의 재력이 있는 분은 책을 구입해서 읽으면 어떨까요, 하는 글을 써주셨고.
또 한 소설가 선생님께서는 도서관 가서 책 읽는 걸로 깔 수 있는가, 돈 많으면 책을 다 사서 봐야 하나, 하는 글을 써주셨다.
나는 뭐 두 분 다 저런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이란 각자 다른 것이고, 또 각자의 입장이나 처지와 정치적 성향과 아무튼 여하튼 기타 등등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지 않나 싶다. 같은 사진 보고 달리 해석하는 거 보면 재밌지 뭐. 다만 앞선 글이 조금 유머러스하게 읽힌 글이었다면, 뒤의 글은 조금 진지했던 게 아닐까 싶기는 하다. 이렇게 이견이 갈린 글이 연달아 타임라인에 보이면 꼭 댓글을 통해 싸움을 부추기게 되는 분들도 있게 마련이고, 또 이렇게 이야기를 옮겨 적으며 재생산하는 나 새끼도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닌 것 같고... 죄송합니...
각설하고, 최근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알게 된 어느 분께서, 내 책을 재밌게 읽어주셨다며 도서관 여기저기에 책을 신청해 주셨단다.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 주셨다는 분이 공치사하려는 건 아니었겠지만, 나는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양가적인 감정이 들기도 한다.
작가 입장에서 가장 좋은 독자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순이 아닐까.
-책을 사서 재밌게 읽어주고 여기저기에 호평 섞인 입소문을 내주는 사람.
-당장 읽지는 않아도 일단 책을 사주는 사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재밌게 읽어주는 사람.
-책을 사서 읽고 악평을 남기는 사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악평을 남기는 사람.
작가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단연 책을 사서 읽고 입소문 내주는 독자를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실제로 어느 작가님께서는 누가 도서관에 책을 신청했다고 하자, 그건 작가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니 사서 읽어달라며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기도 했다.
나는 책을 사서 보는 분과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분과 밀리의 서재 같은 곳에서 전자책으로 읽는 분들의 경계가 어느 정도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그 경계를 수시로 오가는 분들도 많기야 하겠지만)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책을 읽어주었다는 분이 보이면 고맙다는 입장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읽어낼 수 있는 책의 수량이라는 게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텐데 개중 한 종을 내가 쓴 책으로 읽어주었다고 하면 이건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니까.
뭐, 그럼에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으로 (오독으로 인한) 악평을 남기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고.
2. 우리말 지킴이라는 숲노래 aka 최종규 씨가 인터넷서점 여기저기에 올려놓은 리뷰들이 최근 출판인들 사이에서 오르내린다. 책에 쓰인 몇몇 문장을 강박에 가깝게 우리말로 치환하고서, 낮은 별점을 매긴다는 것이 피해(?) 출판인들의 공통된 의견인 듯하다.
예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이분이 쓰신 리뷰를 몇 번 읽어보고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의 느낌이라면... 적어도 60대? 혹은 70대 이상의 어르신이겠지, 하는 거였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1975년생이시네... 생각보다 너무 젊으셔서 놀랐다는 이야기. 유년에 어떤 일을 겪으셨길래 이토록 우리말을 사랑하게 되신 건지 궁금하네.
3. 최근 페북에서 유명한 한 서평가 선생님의 책이 출간되었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책에 별점 테러를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게 꼭 마치 작년 몇몇 여성 소설가들의 책에 가해진 별점 테러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하셔서 인터넷 서점에 들러 어떤 평들이 올라왔는지 찾아보았다.
그냥 뭐 모르겠다. 나는 '읽어보지 않은 책은 까지 않는다' 주의라서 출간되기 전의 책을 가지고서 별점 후려치는 것은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출간 전에 책 내용을 떠나 다른 이야기를 문제 삼으며, 별점을 통해 보이콧할 수는 있겠지. 가령 표지 디자인 표절 이슈가 있었던 <벌거벗은 정신력> 같은 책들. 그런데 그게 아니고서는.
4. 나는 책을 다섯 냈지만, 이렇다 할 히트히트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무명의 글쟁이인지라 인터넷 서점에서 별점 테러 같은 건 당한 적이 없는데 올해 한 글쓰기 강사에게 딱 한번 별점 테러를 당한 적 있다. 책이나 읽고서 별 하나 주면 이해를 하겠는데, 책도 안 읽고서 별점 테러를 하니까 너무 얼탱이가 없어서 밤마다 글쓰기 강사 자다가 여드름 터지라고 기도한다. 터져라! 붐붐붐!!!
아니 무엇보다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사람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다른 작가의 책에 별점 테러를 하고 다닌다는 게 진짜 이해가 안 감. 타인의 작품에 별점 테러 하는 이가 글쓰기 선생이라면, 그가 가르치는 모든 것이 이율배반이고 어불성설 아닐까. 그런 심보로 글쓰기 가르쳐서 밥 벌어먹고 살겠냐능?
5. 며칠 전에 영화 <서울의 봄>을 봐서 그런지, 1212 관련하여 정리 잘 된 책이 있으면 사서 읽어보고 싶다 했는데, 폴리티쿠스라는 출판사에서 <12.12>라는 책이 나왔다. 정승화, 장태완 등 관련자 100인의 증언과 사진으로 재구성한 1212 그날의 진실, 이 부제인데 재밌어 보인다.
근데 폴리티쿠스 출판사는 어디 임프린트인가? 책을 되게 띄엄띄엄 내네... 싶어서 찾아봤더니 메디치미디어가 본체구만요...
6. 어제는 구글에서 '유튜브 구독자 구매'를 검색해 보았다. 아주 다양한 옵션으로 여러 사이트가 나오더라. 어떤 글쓰기 코치는 페북 팔로워가 3,000명이 가까운데 최근에 올린 글 10개를 합쳐도 좋아여가 달랑 하나다. 이러면 아, 이 사람은 돈을 주고 팔로워를 샀나 보다 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겠지? 근데 이 사람 요즘 하루 사이에 유튜브 구독자가 막 100명이 늘고 그랬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구글에서 유튜브 구독자 구매를 찾아보았지. 기본이 하루 100명으로 시작하네. 팔로워를 사든 구독자를 사든 이런 건 좀 티 안 나게 잘 좀 하란 말이야...
7. 아무튼 오늘도 사랑하는 출판업계는 돌아갑니다아아, 우당탕탕 탕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