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공부머리 출타한 관계로 이렇다 할 상도 받지 못하고 자란 내가 유일하게 받은 상이라고는 그나마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별명이 '삼계탕'이었던 이계삼 선생님께서 직접 건네주신 착한 어린이 상 정도인데, 그런 착하디 착한 유년의 성품이 커서도 이어져서인지 나이 마흔 줄이 넘어선 지금까지도 가끔씩 회사 사무실로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하는 백두의 할머니가 등장하여 지구 종말이 다가온다!! 따위가 적힌 찌라시를 보여주며 싸구려 이어폰과 이개혈종으로 고생하고 있는 그야말로 미천하기 짝이 없는 나의 귀에다 대고 이런저런 말씀들을 세월아네월아 찬찬히 읊을 그때에도 짜증 한마디 내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그보다 훨씬 젊은 한 아주머니께서 노크 똑똑똑, 실례합니다 하고서 슬금슬금 들어오더니 새빨간 립스틱 바른 입술로 호호호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띤 얼굴을 하며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여호와의증인인지, 여보와의증인인지 해대는 통에 순간 짜증이 확 몰려와서는, 나도 모르게 그만 목소리를 높여가며 아, 나가세요 나가세요 하기에 이르렀더니, 마치 마이클 잭슨 문워크하듯 뒷걸음질 치시면서 아아, 나갈게요, 나갈게요, 짜증 내지 마세요 하시는 모습을 보고 죄송해지기는커녕 처음 본 사람한테 이렇게 짜증 섞인 소리를 들으면서도 포교에 임하려는 그 믿음이 대단하다,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 과연 믿음이란 무엇인가, 신이란 존재하는가, 우주의 끝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 뼈튼튼 그동안에는 사이비라고 생각하였던 온갖 잡상인이 몰려와도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아이구 네네,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오늘 모처럼 낸 짜증 한마디에 바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고서는, 아아 짜증을 내야 할 때는 진작에 좀 낼 걸 그랬구나, 하는 후회와 함께, 이렇게 짜증과는 거리가 먼 내가 오늘은 나도 모르게 그만 짜증을 내어버릴 정도로 회사의 업무라는 것이 몹시도 바빴다아아아,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또 이렇게 글 쓸 시간은 있다아아아아, 내가 글쓰기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왜 사람들은 나의 글쓰기를 사랑해 주질 아니하는가아아아아아, 하는 징징징징거림이 이 글의 결론이다 이겁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