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일 좀 하다가 더버서 냉면 하나 때리러 갔다. 북촌손만두 피냉면. 북촌손만두 피냉면은 좀 저렴한 맛에 먹지 않나. 이제 북촌손만두 피냉면도 매운맛으로 먹을라믄 11,000원이다. 물론 주변에 파는 평양냉면은 13~15,000원 정도 하고, 함흥냉면도 12,000원 넘어가는 상황이라 11,000원은 다른 냉면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렴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시간이 시간인지라 냉면집에 먹고 있는 사람 나포함 둘밖에 없었는데 한 젊은이가 와서 포장 오다를 하고 테이블에 앉는 거여. 아 저 사람은 포장 손님이구나, 하고서 냉면 그릇에 얼굴 박구서 호루룩호루룩 맵다매워 먹고 있는데 그 포장 손님 젊은이가 갑자기 엉덩이를 들더니, 그쪽에서 '부와아아아악' 소리가 나는 거여.
와, 씨부랄 뭐냐 저거. 남 눈치 안 보고방구껴대기엔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 거 같은데, 그래도 식당에서 저렇게 큰 소리로 방구 뀌는 건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닌가, 시부엉 한마디 해야 하나! 싶다가도 체급을 보니까 10번 싸우면 내가 10번 지겠더라고. 그래도 뭐 냄새나는 방구는 아니니까, 하는 비겁한 합리화를 하면서 남아있는 냉면, 마저 먹고 계산하려고 일어나니까 아까 들었던 그 '부와아아아악' 소리가 나더라고... 아 그러니까 이게, 방구 소리가 아니라 의자 끄는 소리였다는 이야기.
젊은이, 방구쟁이로 오해해서 미안해... 냉면집에서는 이렇듯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식당 바닥과 의자 다리 사이의 원만한 합의를 좀 봐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헛소리를 끝으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