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드에서 머저리 같은 글을 읽다가...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작가님들, 작가 지망생님들, 독자님들 모두모두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이경이경입니다. 그 모야, 여러분들 혹시 쓰레드 하고 계십니까. 저는 인스타만 하고 쓰레드는 어플만 깔아놨는데, 인스타를 하다 보면 가끔 쓰레드 추천 게시물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씩 들어가서 보면 뭐랄까, 이건 뭔가 읽는 사람 킹받으라고 만들어놓은 소셜미디어인가... 뭔가... 대부분의 게시물이 하나같이 보고 있으면 킹받는 느낌... 쓰레드에서는 반말 띡띡하는 게 디폴트라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보고 있으면 어쩐지 열불 터지는 느낌이던데요. 근데 이게 또 뭐랄까, 마치 배꼽 냄새 맡는 기분이랄까, 지독한 악취가 난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씩 맡아보는 것처럼, 우웨엑 이제는 저도 모르게 핸드폰 켜면 쓰레드에 들어가서 오늘은 어떤 머저리가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놓았을까, 기대를 하게 된달까...
쓰레드가 무슨 글쓰기를 기반으로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글쟁이들도 글을 많이 쓰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분들도 활동 많이 하고 계시고. 그러다가 며칠 전에 재미난 글을 하나 읽었는데 말이죠. 아마도 현직 웹소설 편집자가 쓴 글 같아요. 작가가 쓴 글에 비문이 너무 많아서 수정을 했더니 작가가 자기 스타일이라며 수정을 거부하더라는... 편집자라는 직업적 고충과 회의가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아. 편집자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소셜미디어에서 작가 험담을 하고 있을까 그래, 싶으면서도 뭐 출판이라는 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달까요.
여하튼 웹소설 편집자가 수정을 거부하는 작가를 탓하는 게시물에 이런저런 댓글들이 달려있었는데요. 한 작가 지망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자기가 출판사에 컨택받아서 작업한다면 무조건 편집자 의견대로 수정했을 거라고. 작가가 복에 겨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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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소셜미디어고 하니까 누군가 글을 쓰면 거기에 옹호하고 동조하고 두둔하고 편들고, 또 상대방이 편집자다 보니까능 아부를 떨고 싶은 마음으로 쓴 댓글이긴 하겠지만, 일방적으로 편집자의 말만 듣고서 작가가 복에 겨웠다는 둥 따위의 댓글을 다는 작가 지망생의 글을 보면서 진짜 머저리 같네... 싶던데요...
작가와 편집자는 협업을 하는 관계지, 누구 하나가 압도적인 헤게모니를 쥐고서 종속으로 움직이는 관계가 아닙니다. 특히나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닌 소설이나 에세이는 편집자의 개입이 크지 않은, 작가의 스타일이 중요한 장르이고요. 무조건 편집자 말을 무시해라, 작가의 스타일을 내세워라 하는 게 아니고요.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이 소설이나 에세이라면, 최소한 내 스타일은 내가 지키겠다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 지망생으로, 내가 출판 계약을 맺는다면 무조건 편집자가 하자는 대로 할 거야!!! 하는 마음으로는 결코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없을 테고, 작가 지망생을 벗어나기도 어려울 겁니다. 비문을 고치겠다는 편집자 말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내 작품은 내가 지키겠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비문은 당연히 고치는 게 맞습니다.
저는 최근 재미난 만화책 하나를 읽고 있는데요. <울어라, 펜>이라는 만화가를 다룬 만화책입니다.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는데요. 여기에 만화가와 담당 편집자 사이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나와요. 편집자가 만화가의 원고를 보고서, 이게 어디가 재밌는 거죠? 하고 묻자 만화가는 충격에 빠져 원고를 새로 그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만화가는 콘티는 그대로 둔 채 그림만 새로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편집자가 이걸 이렇게 바꿔라, 라고 납득 가지 않는 소릴 했다 치더라도 바꾸지 않는다!
바꿔서 뭐 하게?!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거야앗!!
재미없으면 어디 말해봐!!
저는 이 장면이 너무 박력 넘치고 좋던데요?
만화를 그리든 글을 쓰든,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앞을 보지 못하고 허우적거려서는 곤란하겠지만, 작가 지망생이 무조건 편집자의 말에 응하겠다는 태도로 지내는 것은... 그건 그냥 게으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