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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n 18. 2024

편집자가 없는 글쓰기를 하면...




서점에 갔다가 신간 에세이를 보는데 몇 년 전 월천인가 이천인가 번다고 광고하던(아이고 배야아아아... 아이고 부러워라아...) 작가 겸 출판사 대표님께서 무려 9인 공저책을 내셨더라고...


책을 쓰윽... 보는데 재밌는 게 너무 많아 보이는 책이었다...

일단 9인 공저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소개가 들어간 책날개에는 대표 한 사람만 나와 있고 나머지 8명은 QR코드로 알아보자고 되어 있는 거... 내가 공저인이었으면 진짜 개킹받았을 거 같은데... 주연 1에 조연 8이냐...


그리고 또 하나는 어쩐지 바코드에 스티커 작업을 해놨던데... 바코드가 잘못된 건지 가격이 잘못된 건지 여하튼 스티커를 덮어놨드라고... 근데 보니까능 이게 2쇄 책이야... 그러니까 내 생각엔 1쇄 2쇄를 동시에 찍은 거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2쇄인데 바코드를 이렇게 덮어놨을까 싶고...


근데 모 바코드 스티커 작업도 그렇고 책날개도 그렇고 책 만들다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이해한다 이해해. 중요한 건 책 본문일 텐데... 책 말미에 글쓰기의 기본 원칙 뭐 그런 게 있더라고... 그래서 쓰윽 보는데... 글쓰기의 기본 원칙으로 주술호응을 말하면서 비문 예시를 들고 수정 문장을 제시해 놓았더라고...


근데 그 내용이 진짜 너무 재밌음... 글쓴이는 수동태나 이중피동 문장을 비문이라고 여기는 거 같다능... 비문이라고 든 예시와 수정 문장의 내용이 다 이상해... 이거 모야... 무서워...



그림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림 속 뛰노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앞문장은 비문이고 뒷문장은 적절하대...

"느낄 수 있다"가 실제로 누구의 행동인지 명확하지 않대...

이게 왜 명확하지 않냐... 느낄 수 있는 건 당연히 '나'고, 앞문장에서는 '나'라는 주어가 생략된 문장 아니냐아아아... 애초에 비문이 아니라, 주어가 생략된 문장을 써놓은 거잖아...

전형적인 잘난 척하려다가 무리수를 둔 페이지 아닌가아아아...

도대체 편집을 누가 한 거냐아아아아 하고 판권 페이지를 봤더니 작가 겸 출판사 대표님께서 직접 편집을 하셨네.


편집자가 없는 글쓰기를 하면 대충 이런 글이 나온다의 좋은 예시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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