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 Jun 20. 2024

친애하는 나쁜 책


거실 소파에 책 한 10권 정도 쌓아놓고 (개중에 만화책 지분이 50프로...) 되도 않는 병렬독서 중인데, 집중력이 출타하여 어지간해서는 완독이 어렵다. 그중에 요즘 읽고 있는 완독을 기대케 하는 재미난 책 2종.


1. 김유태 <나쁜 책>


부제 그대로 '금서기행'인 책. 목차 순서대로 읽지 않고, 끌리는 꼭지부터 읽고 있는데 재밌다. 문화부 기자라서 그런지 책 소개와 요약을 너무 잘해서 읽어보지 않은 책인데도 마치 읽어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아,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 저런 내용이었구만, 하면서 고개 끄덕이며 읽었다. 이제 어디 가서 아, 그 밀란 쿤데라 양반의 <농담>이 말이지... 하면서 아는 척할 수 있겠다.


시대의 문제작, 누군가에겐 불편한 책, 위험한 책을 소개하면서도 경어체로 쓴 문장들이라 나쁜 책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배경 설명은 부드러움을 통해 강화시키며 일정 부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를 책에 대한 거부감은 중화시키고 있다. 그러니 분노할 수 있는 사안에 같이 분노하게 되고, 한숨 쉴 수 있는 일에 같이 한숨 쉴 수 있게 되는 책이다. 


다만 저자의 글쓰기 버릇인지는 모르겠는데, "무엇이 무엇이 아니던가요." 하고서 자신의 생각에 소극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표현이 몇 번이나 나온다. 이런 문장이 몇 번씩 나오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좀 강하게 주장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믿어주십쇼!!!!!" 라든지...


저자가 시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에서 부들부들한 성격이 묻어나는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하여튼 아무튼 뼈튼튼 책 재밌다.

추천합니다.



2. 박상현 <친애하는 슐츠 씨>


서문을 읽다가 책을 덮고서 3일 후에 다시 열어본 책이다. 서문을 읽다가 책을 왜 덮었는가. 이 책이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인데, 서문에서 담배가 건강에 좋은가 아니한가, 옛날에는 의사들도 담배 광고를 찍었다, 옛날엔 아버지가 집에서도 담배를 태우셨고, 버스에서도 피고, 여기서도 피고, 저기서도 피고 그랬는데 이제는 몇몇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담배 피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고, 하면서... 서문이 짧지도 않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담배 이야기가 나오는 거.


2021년 3월 비자발적으로 금연을 하고서, 보자보자 지금이 2024년 유월이니까능, 한 40개월 담배를 입에 안 물고 있는데... 이 책의 서문을 보고 있노라니 몹시도 담배가 땡기더란 거... 슈퍼맨, 배트맨, 울트라맨 이런저런 멋쟁이 맨들이 세상에 많지만... 서문에 글쎄 말보로맨을 넣었더라니까...


옛날에 말보로 멘솔이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 압구정동에서 말보로 멘솔을 판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가 그거 사러 가기도 했었다고...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멘솔 담배를 금지하네 어쩌네 하더니만, 금지하지 마라 이것들아... 나 죽기 전까지 금연하다가 눈 감기 직전에 멘솔 한 까치 피우고 죽을 거다...


아무튼 담배가 몹시 땡기는 서문을 읽고서, 본문 딸랑 한 꼭지 읽었는데 재밌습니다.

생각 많이 하게 되는 책인 거 같네요.

추천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편집자가 없는 글쓰기를 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