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일까, 특히나 좋은 작가란 무엇일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글이야 기본만 갖춘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주어를 쓰고, 서술어를 쓰고, 마침표를 찍으면 문장 하나가 만들어지고, 문장이 문단을 이루고, 문단이 페이지를 이루고, 그 페이지들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되고. 그러니 글이야 누구라도 쓸 수 있고,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지. 다만 좋은 작가가 되기란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요 며칠 소셜미디어에서 재미난 사진을 보았다. 한 법무법인의 광고 사진이었는데 이런저런 심각한 범죄 사안들도 모두 무혐의나 기소유예로 이끈다는 변호사 광고였다. 그러고 보면 한때 검사였다가 변호사가 된 법조인들은 상황과 처지에 따라서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소위 내로남불의 세계로 빠지기 쉽겠구나 싶다.
그러니까 법조인들의 세계야 그렇다 치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란 이런 거다. 일관된 주장을 통해 어떠한 사안에서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사람. 요즘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작가를 꿈꾸지만 대부분 이러한 일관성을 가지는 것에는 실패하고 만다. 상충된 주장과 행동으로 이중적이며 자승자박 하고 표리부동하며 어불성설에 내로남불의 세계에 빠져 언행불일치를 보이며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책을 낸 출간 작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수강생들에게 악플을 달면 안 됩니다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은 다른 이들 책에 별점 테러를 하고 다니는 글쓰기 강사. 작가란 세상에 글을 보이고 평가를 받는 직업입니다, 피드백을 허하십시오 라면서 정작 누군가 악평을 가하면 삭제를 요구하는 사람. 자신에 대한 비판 글에는 차단과 신고로 일관하면서, 대통령의 연설에 항의를 하는 학생을 내쫓는 것을 두고 분개하는 이가 말하기의 자유를 운운할 때는 한 편의 거대한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자유에 대한 그의 분개가 우스운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자유에는 태도를 달리하는 그의 행동이 우스운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잘도 하고 다니면서 누군가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는 좀처럼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 타인의 동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잘도 써 내려가는 사람이, 동의 없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화를 내는 사람. 책 하나를 냈다고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고 작가 지망생들에게 거들먹거리며 가르치려 드는 사람. 심지어 과거 몇 번이고 자비출판의 유혹에 흔들렸던 자신을 잊고서, 출간 후에는 자비출판을 암적인 존재로 표현하는 사람도 보았다. 자비출판에 대한 그의 비판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순간 변해버린 그의 깃털 같은 가벼움이 나는 우습다.
이런 사람들에게 '작가'란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늘 다르게 해석되고 마는 단어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건 안되지만, 나는 괜찮아.
나는 달라.
나는 특별해.
같은 일에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들.
사람은 변하는 동물이고 과거의 나와 현재 나의 생각이 동일할 순 없다. 다만 거의 동시대에 자신의 글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아무리 많은 글을 토해내도,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글을 쓸 때는 검사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신을 보호할 때는 철저하게 변호사가 되어버리는 사람들.
물론 나도 모르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