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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n 20. 2024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요구의 명과 암.




얼마 전 브런치에서 일어난 재미난 운동(?)을 보았는데, 한마디로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책을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조금이라도 책을 알려보고 팔아보자 하는 운동이었다. 취지와 의도는 모두 좋아 보였다.


실제로 책이 나오면 규모가 작은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 또 저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책이 나왔으니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 주세요, 하는 걸 흔히 볼 수 있지만 뭔가 이렇게 한 플랫폼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뭉쳐서 으쌰으쌰 하는 것은 처음 접해서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다만 좋은 의도와 달리 우려스러웠던 점 하나는, 그 책이 좋고 나쁘냐를 떠나 자칫 친목을 우선시하여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도서관의 예산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정말 필요로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동일 플랫폼의 사람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그러니까 책 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여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는 정말 보고 싶었던 책을 도서관에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될 테니까.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책을 알리겠다는 그 의도는 무척 아름답지만, 어쨌든 인위적인 힘으로 도서관에 들어가는 책을 움직여보자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재기하여 베스트셀러에 차트인 시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 같다. 뭐, 사재기와의 차이라면 돈을 쓰는가 쓰지 않는가가 있겠지만.


나는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고 책은 주로 사서 보는 편이지만(제가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이 한 집단의 무더기 희망도서 신청으로 읽을 수 없게 된다면 그건 조금 우려스러운 일 아닌가. 브런치 작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안겨주자는 취지는 아름다울지 몰라도 그 반대 지점에서는 누군가 절망을 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물론 도서관의 예산이 넉넉해서 사람들이 신청하는 모든 책을 사서 구비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예산도 물리적인 공간도 모두 부족한 현실이니까.


그러던 중 며칠 전 한 출간 작가의 재미난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는 자신과 동일한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을 부탁하고 있었다. 세세하게 희망도서를 신청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며. 그러면서 자신의 책이 노출되면 자신의 직업군이 홍보가 된다면서, 단결된 능력을 보여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단결된 능력이라니. 이건 그야말로 운동(Movement) 아닌가. 자신의 책이 알려지는 것을 자신의 직업군이 홍보되는 것으로 귀결하여 생각하는 것이 의아스러웠지만, 나는 이런 인터뷰에서까지 희망도서를 요구한 작가의 책이 도서관에 얼마나 들어갔을지가 궁금했다. 브런치에서 일어난 브런치 작가 희망도서 신청 운동의 결과도 궁금해졌고.


출간된 책이 전국 몇 개 도서관에 들어가 있는지는, <국가자료종합목록 >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대략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도서관에 얼마나 들어가있는지 재미로 알아보도록 하자...)


https://www.nl.go.kr/kolisnet/index.do


안타깝게도 희망도서를 부탁했던 작가의 요구와 달리 그의 직업군에서는 단결된 모습이 그리 강하게 보이지는 않는 거 같기도 하다. 정말이지 작금의 세상에 책이란 팔리지도 읽히지도 않고, 누군가 아무리 도서관에 책을 신청해 달라고 이야기해 보아도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브런치에서 일어난 희망도서 신청 운동의 효과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누군가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 주었다고 말해주면 기분 좋은 일이다. 다만 집단이 모여 인위적인 힘을 가해 책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예전에 아는 사람 하나가, 나를 생각한답시고 서점 서가에 있는 내 책을 매대에 올려놓은 적이 있다. 나와 책을 알리고 싶었을 그의 의도는 무척이나 고마웠지만, 나는 그 고마움의 의도는 간직한채 책을 다시 제자리에 놓아주길 부탁하였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책들을 보고 싶은데, 요즘엔 많은 것들이 인위적으로 움직인다.

요즘엔 이런 걸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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