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아울렛에 가서 핑크색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7살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에서 파란색 남아용 실내화 가방을 받아야 했는데, 수량 부족으로 여아용 핑크색 실내화 가방을 받았던 일이 있다. 집에 가는 길 핑크색 실내화 가방 꼭 끌어안고서 누가 볼까 봐 부끄러워 울면서 뛰었던 아해는 이제 자발적으로 핑크색 신발을 살 줄 아는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그 사이 배 나오고 머리숱 줄어들고. 하세월...
온라인에서 잡다하게 아무렇게나 쓴 글이나 책에 들어갈 각 잡고 쓴 글이나, 이런저런 글을 계속 써왔는데 특히나 <난생처음 내 책>에 실었던 '신발과 출판사'라는 꼭지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던 기억이다.
신발 하나 사는 데도 출판사와의 미팅을 생각했으니, 내 발목을 붙잡고 나를 끌고 다니던 것은 신발이 아니라, '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난생처음 내 책> '신발과 출판사' 中에서 -
처음 책을 내려고 마음먹고 준비하던 2018~2019년엔 정말 그랬다. 출판사와 처음 미팅을 할 때나 새로운 편집자를 만날 때면 새 신발을 신었던 기억.
이 핑크색 신발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