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화덕빵, 그리고 지중해 한 끼의 온기 수불라키아
예약 없인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이곳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음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네이버에 이미 7천 개가 넘는 후기가 촘촘히 달려 있는 걸 보면, 누구나 이 집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오늘만은 느긋한 한량 같은 시선으로 식당 안을 둘러보니
벽 한쪽에 걸린 그림들과 따스한 조명이 아늑함을 더한다.
메뉴판에는 생소한 이름들이 가득했지만, 직원분의 친절한 도움으로 가볍게 주문을 마쳤다.
머릿속으로 한참 맛을 상상하며 식전 화덕빵을 기다리니 설레는 마음이 살짝 떠오른다.
식탁에 차려진 화덕구이 빵을 소스에 찍어 한 입 베어 물자,
고소한 빵의 담백함과 소스의 은은한 단맛이 만나 기분 좋은 하모니를 이룬다.
입안 가득 번지는 따스하고 포근한 온기에 마음도 함께 녹아내리는 듯하다.
간단해 보여도 이토록 기분 좋은 맛을 내는 빵이라니,..
잠시 뒤, 새우 수불라키가 눈앞에 놓였다.
노릇하게 구운 빵 위에 새우와 채소가 소복이 얹혀 있고,
곁들여 나온 소스를 뿌려 한 조각을 입에 가져가니
향긋한 불향과 함께 입안에 작은 축제가 벌어진다. 탱글한 새우와 아삭한 채소,
은은한 향신료 향이 어우러져 한 조각만으로도 배부른 만족감이 전해진다.
‘아, 이 맛으로 사람들이 줄을 서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지막으로 할라피뇨 스파게티가 등장했다.
마늘쫑과 마늘이 듬뿍 들어간 소박한 모습에 큰 기대 없이 한 입 먹었는데, 첫맛부터 놀라웠다.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마늘의 풍미와 어우러져 감칠맛을 살린다.
한 숟가락 뜰 때마다 속이 든든해지며, 어느새 마음 한켠이 따스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식사였다.
투덜여사의 입맛에 딱 맞을 만큼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만들어낸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세심한 정성까지. 수불라키아는 맛과 분위기, 감도 모두 훌륭한 공간이다.
식사를 마친 뒤 나선 해맞이 공원길은 이미 저무는 해의 여운으로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갈수록 시원해진 바닷바람이 살갖을 간질인다.
땀에 젖었던 이마가 식고, 마음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정상에 다다르자 눈앞에 펼쳐진 선셋 뷰가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을 준다.
수불라키아에서의 한 끼 식사가 남긴 여운이 여전히 속삭이는 듯하다.
편안한 저녁 한 끼 식사에서부터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산책까지,
느리게 흐르는 하루의 마무리는 이토록 따뜻하다.
어떤 날들은 한 끼 식사와 짧은 산책이 작은 여행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소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여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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