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곁의 50년 묵은 된장 한 그릇

파주 헤이리 쉼골된장에서 보내는 느린 오후

by 까칠한 한량


파주 헤이리 마을의 한적한 골목을 천천히 걸어본다.

몇년전만해도 사람이 참 많었었는데...


군데 군데 구멍난 양말 처럼, 비어있는 상가를 보며 걸어본다.



늦가을 햇살이 투명하게 내려앉은 아침, 공기는 차갑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한결 가벼워진다.

언덕 아래 작은 집 앞에 장독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풍경이 나를 맞는다.

한적한 기운 속에서 50년묵은 씨 된장의 맛을 볼 수 있는 기대를 가지고 쉼골된장 가게 문을 밀어 연다.



웰컴 드링크로 직접 만든 식혜를 내어주신다.

뒷맛이 약간 새콤한게 이집만의 노하우가 있는것 같다.

그 새콤함에 식욕이....


커다란 그릇에 담긴 강된장이 된장 특유릐 그대로의

색으로 기운을 뿜어낸다.

고추가루 색이 돌지않는 강된장..

나는 첫 숟가락을 들어 맛본다.

고소한 된장 냄새가 부드럽게 번진다.



강된장의 구수한 맛은 짭짤하면서도

묵직하게 혀끝을 감싼다.

청양고추의 은은한 매운 기운이 마지막에

은근히 매콤하게 올라온다.




나는 밥알 위에 한 점 얹어 느릿느릿 씹어 삼킨다.

씹을 때마다 가을볕이 등 뒤에 스며드는 듯하다.



된장찌개 나는 국물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머금는다.

코끝을 스치는 구수한 냄새가 온몸에 퍼진다.

짭조름함보다 토속적인 깊은 장맛이 남는다.



묵직해 보이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두부와 송송 썬 호박, 버섯이 담백한 국물 속에서 숨을 고른다.

유리창 너머 단풍나무 그림자가 찬란한 물감을 풀어놓은 듯, 국물 위에 가볍게 잔상을 남긴다.





두부샐러드는 부드러운 두부 위에 신선한 채소가

올려져 있다.

나는 두부를 한 점 집어 상큼한 채소와 함께 맛본다.


아삭한 채소의 식감과 두부의 온화한 맛이

오리엔탈 소스와 함께 조용한 조화를 이룬다.




두부전을 한입 베어 물자, 겉은 바삭하게 부서지면서

속살은 촉촉하게 입안에 감긴다.

손끝에 전해지는 두부전의 온기와 아늑한 전경 사이의 여백이 고즈넉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밥그릇에 된장찌개 국물을 더하고

김치 조각과 싱싱한 물미역을 올려 조심스레 비빈다.


작은 숟가락으로 앞에 놓인 마지막 비빔밥 한 숟갈을

떠 입에 넣는다.

입안 가득 퍼지는 뭉글뭉글한 된장 향과 김치의

상큼함이 마음까지 채워진다.



식사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오자,

단풍길에는 여전히 찬란한 가을 빛이 흐른다.

가슴 속에 단단히 채워진 여유로움으로

한가로운 오후가 조용히 마무리된다.


쉼골 전통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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