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들은, 철판 위 지글거리는 소리로 충분하다. 수유리 다래 함박
어제와 오늘이 닮아 있는 동네가 있다.
화려하게 바뀌지 않고, 그저 익숙하게 흐르는 곳. 서울 강북, 수유리가 그렇다.
카센터와 기사식당이 즐비한 거리. 노란 간판 하나가 골목 한편에 붙어 있다. 다래함박스텍
전면 유리창에 큼지막하게 쓰인 6,500원이라는 숫자.
어쩌면 이것이 이 가게의 전부이자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가성비 좋은 함박스테이크 맛집으로 알려진 이곳은 돈까스도, 함박스텍도 같은 가격이다.
물가가 날마다 치솟는 이 시대에 이 단순한 숫자는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문을 열면, 철판의 소리가 먼저 반긴다. 자리에 앉으면 추억의 크림 수프가 나온다.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예전 경양식집이라는 단어가 희미하게 떠오른다.
양배추 샐러드 옆에 놓인 매콤한 깍두기. 함께 나오는 시원한 콩나물국.
80년대 경양식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서양식 위에 한국식 밥상을 얹은 이 기묘한 조합. 이것이 이곳이 오래도록 사랑받은 비밀일 것이다.
철판 위, 진갈색 소스가 자글자글 끓어오른다. 이 소스가 예사롭지 않다는 건 한 입이면 안다.
선대부터 고기 장사를 해온 집안이라고 했다.
그 세월이 소스에, 패티에, 불 조절 하나하나에 스며 있다.
두툼한 패티 위에 눈처럼 하얀 계란 프라이가 왕관처럼 얹혀 있다.
포크로 패티를 자르는 순간의 무게감. 고기에 충실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한 접시가 말해준다.
이것이 6,500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밥 한 술에 함박을 올린다. 터트린 노른자를 소스에 비빈다.
그리고 입에 넣는 순간. 세련된 맛은 아니다. 고급스러운 맛도 아니다.
그저 가장 확실하고, 가장 정직한 맛이다.
하루 포장만 400여 개가 나간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이 오늘도 이 노란 간판 앞에 줄을 선다.
매일의 끼니가 부담이 되는 시대다. 외식 한 번이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드는 날들.
이곳은 그런 날들에 주저 없이 들어설 수 있는 문턱이다.
한 끼가 아닌, 위로가 되는 곳.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마음을 채우는 곳.
주택가 평범한 식당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기 맛집이 된 이곳은
변하지 않는 가격과 변하지 않는 맛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카센터 골목. 그곳에 여전히 6,500원짜리 낭만이 남아 있다.
선대부터 이어온 고기에 대한 신념. 하루 400여 개씩 나가는 포장 주문.
이곳의 진짜 비밀은 바로 그것이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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