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동 청년이 끓여낸 초록빛 국밥, '안암국밥'
국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뚝배기 넘치게 담긴 투박한 건더기, 뽀얀 국물, 그리고 시끌벅적한 시장통의 분위기.
하지만 북촌애 정갈한 간판을 내건 안암국밥의 문을 여는 순간, 그 고정관념은 기분 좋게 배반당한다.
이곳은 마치 세련된 바(Bar)나 카페를 연상시킨다.
오픈 주방에서 하얀 조리복을 입고 분주히 움직이는 셰프들의 모습은
흡사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정돈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젊은 사장이 있다.
가게 이름에 자신의 고향이자 터전인 안암을 그대로 내건 사람.
그는 안암동 사람으로서,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동네에 부끄럽지 않은 한 그릇을 내놓겠다는 결기를 묵묵히 육수에 담아낸다.
이곳의 국밥은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맑게 우려낸 육수 위로, 낯설지만 매혹적인 초록빛 기름이 둥둥 떠 있다.
비주얼부터가 하나의 작품 같다.
흔히 국밥에서 기대하는 기름진 느낌보다는, 싱그러운 허브 티를 마주한 듯한 신선함이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넘기면, 그 초록빛의 정체가 입안 가득 퍼진다.
비주얼에서 오는 호기심은 곧 감탄으로 바뀐다.
돼지 국밥 특유의 잡내는 온데간데없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개운하고 깔끔하다.
고기 또한 남다르다.
퍽퍽하게 씹히는 것이 아니라, 얇게 저민 수육이 혀끝에서 부드럽게 풀어진다.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함은 국물의 개운함과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이토록 섬세한 국밥 앞에서는, 술 한 잔을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서의 반주(이른바 잔술)는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미식의 경험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과도 같다.
따뜻한 육수가 몸을 데우고, 알싸한 술 한 잔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비로소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찬 바람이 부는 날, 맑고 깊은 초록빛 국물과 함께하는 고요한 한 잔이 그리워질 때.
나는 가끔 북촌으로 향할 것이다.
안암국밥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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