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도 평택도 아니다. 50년 문산 노포에서 찾은 국물의 정석
서울에서 꼬박 한 시간. 문산까지 가는 길은 멀다.
누군가는 "고작 부대찌개 하나 먹으러 거기까지 가냐"고 묻는다.
그럼 나는 픽 웃으며 대답한다. "가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
내로라하는 부대찌개 격전지들이 있다.
의정부, 평택, 송탄, 동두천, 용산... 나 역시 숱하게 쏘다녔다.
하지만 돌고 돌아 내 숟가락이 멈춘 곳은 결국 문산이었다. 10년 넘게 내 지갑을 열게 만든 곳,
바로 박가 삼거리 부대찌개다.
문산 초입 삼거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가게.
100년 가게니 방송 맛집이니 타이틀은 화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저 40~50년 세월을 온몸으로 맞은 노포의 민낯뿐이다.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인테리어?
없다.
그저 무심하게 주문을 받고 냄비를 턱 하니 내어줄 뿐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투박함도 좋다.
맛으로 승부하는 집 특유의 자신감이 느껴지니까.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다.
오직 부대찌개 하나. 사리만 고민하면 된다.
일단 먹어보고 사리는 결정하시라.
기본 양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친다.
반찬은 단출하지만 젓가락 갈 새가 없다.
찌개 하나면 충분하다.
첫 방문 때 무릎을 쳤던 포인트는 바로 신김치였다.
보통 부대찌개라 하면 느끼하고 묵직한 맛을 떠올리는데, 여긴 결이 다르다.
향긋한 쑥갓과 파, 그 위에 무심하게 얹어진 잘게 썬 신김치.
그리고 육수 아래 숨죽이고 있는 질 좋은 햄과 소시지들.
특히 이 집 모닝의 퀄리티는 인정해줘야 한다.
씹는 맛이 살아있는 진짜다.
10번을 넘게 갔지만, 이 구성은 변함이 없다.
재료의 일관성. 이것이 노포가 살아남은 힘인듯 하다.
불을 켜고 기다림의 미학이 시작된다.
처음 끓어오른 국물을 한 숟갈 뜨면 시원하고 칼칼하다.
신김치가 햄의 기름진 맛을 기가 막히게 잡아준다.
개운하고 깔끔한 맛을 찾는다면 이때가 타이밍이다.
하지만 진짜는 중반부터다.
시간이 지날수록 햄과 소시지의 육향이 국물에 배어들고,
국물은 걸쭉하고 진해진다.
나는 그래서 천천히 먹는다.
분 단위로 깊어지는 국물의 맛을 즐겨야 한다.
마무리로 라면 사리 하나 던져 넣고,
밥 한 공기 말면 게임 끝이다.
아, 참고로 밥은 고봉밥으로 퍼준다.
머슴밥처럼 수북이 쌓인 밥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놓인다.
딱 내 스타일이다.
처음엔 호기심에, 두 번째는 확인차,
세 번째는 확신을 가지고 갔다.
그렇게 10번이 넘었다.
언젠가 배불리 먹고 근처 장산 전망대에 오른 적이 있다.
저 너머로 개성 송악산의 불빛이 보이더라. 파주와 개성의 경계에서 생각했다.
"이 먼 길을 와서 먹을 가치가 있나?"
대답은 언제나
"그렇다"였다.
50년을 한결같이 지켜온 맛.
화려한 기교 대신 우직한 정공법으로 끓여낸 찌개.
혹시 통일로를 지나거나 문산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속는 셈 치고 들러보시라.
화려하지 않지만 진짜가 거기 있다. 후회는 없을 거다.
물론, 내 입맛 기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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