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녀와 나의 첫 봄이 왔다
얼마 전 차를 몰고 가는데, 옆자리에 앉은 그녀가 넌지시 내 손을 맞잡으며 물었다.
“우리 만난 지 벌써 6년이 되어가네, 난 왜 아직도 왜 이렇게 좋지?”
“나도 좋지. 근데 왜 그런 줄 알아?”
“글쎄, 왜?”
“당신의 세심한 배려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꾸준한 매력 때문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등을 한 대 얻어맞았다.
싱거운 웃음이 터졌지만, 어쨌든 우린 지금도 여전히 참 좋다.
그렇다고 매일이 꽃길인 건 아니다. 어떤 날은 바닥을 보일 정도로 지독하게 싸우기도 한다. 가끔 다른 커플들과 자리를 함께하면, 우리 대화를 지켜보던 친구들이 슬쩍 눈치를 보며 한마디씩 보탠다. “야, 너네 그러다 진짜 내일모레 헤어지는 거 아니야?” 하고 반쯤은 진심 섞인 걱정을 내비치는 식이다.
그럴 만도 하다. 수십 년을 친구로 지내온 가락이 어디 갈까.
우리 사이엔 간지러운 말이나 조심스러운 예의보다는 투박하고 거침없는 말투가 앞선다.
남들이 보기엔 ‘어쩌려고 저렇게 말을 하나’ 싶을 만큼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화가 나면 금세 예전의 철없던 친구 사이로 돌아가 투닥거린다.
하지만 남들 눈에 아슬아슬해 보이는 그 모습이 사실 우리에겐 가장 가식 없는 민낯이다.
날 것 그대로의 말을 주고받아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단단한 신뢰가 깔려 있기에,
우리는 지독하게 싸울지언정 한 번도 끝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2023년 4월, 직장을 그만두며 비로소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때부터 우린 서울, 경기, 강원, 경북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헤집고 다녔다.
이름난 식당, 커피 맛 좋다는 카페, 경치 근사한 곳이라면 어디든 핸들을 꺾었다.
응원하는 야구팀을 따라 원정 경기를 보러 다니는 일도 우리에겐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기에 장거리 운전도 고단한 줄 몰랐다.
대구에서 경주로, 안동을 거쳐 태백까지.
다시 원주를 지나 서울로 돌아오는 긴 여정 속에서도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오십이 넘어 하는 사랑은 이토록 거칠 것이 없다.
걸리적거리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제 앞가림할 만큼 키워놨고,
생활도 이만하면 됐다.
주머니 사정이 좀 가벼우면 어떤가, 아껴 쓰면 그만이다.
그 무렵부터 그녀와 함께 간 맛집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들렀던 곳들도 다시 찾아가 기억을 글로 옮겼다. 기록하는 삶, 지금의 내 모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할 말은 하나뿐이다. 행복하고, 예쁘고, 좋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우리가 딱 그 꼴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인생의 마지막 사랑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뜨겁게, 그리고 부지런히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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