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모래내시장안 닭내장집
가좌역에서 내려 현대식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서울 서대문구의 유서 깊은 모래내 시장이다.
그 비좁은 시장길 안,
5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며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닭 내장집이 있다.
낡은 유리문 너머로 희뿌연 김이 서려 있고, 10여 평 남짓한 공간은 이미 낮술을 기울이는 어르신들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젊은이들로 빈틈없이 차 있다. 투박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람들의 온기와 닭 내장탕의 진한 향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식당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고,
닭 내장을 볶아내는 검은 무쇠 철판은 오랜 시간 길들여져 은은한 광택을 내고,
화구 주변의 가스 곤로는 낡았을지언정 기름때 하나 없이 매끈하게 닦여 있다.
테이블마다 놓인 양은 냄비들은 여기저기 찌그러진 채 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주방 한편에 질서 정연하게 쌓인 됫병들과 집기들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을 아닌것을 짐작케한다.
가스 불 위에 올라간 닭 내장탕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진한 붉은색 국물이 요동친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기 전, 한 수저를 떠보면 닭 특유의 날것 그대로의 냄새가 살짝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불길이 거세지고 양념이 내장의 지방과 어우러지는 순간,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잡내 없이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내는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혀끝을 묵직하게 누른다.
쫄깃한 내장과 부드러운 허파, 그리고 마치 달걀노른자를 굳혀놓은 듯한 고소한 닭 알이 입안에서 저마다의 식감을 뽐낸다.
냄비 바닥이 보일 때쯤, 주인장은 다시 철판 앞으로 다가와 남은 국물에 밥을 볶는다.
김 가루와 참기름이 무쇠 철판 위에서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눌어붙을 때, 비로소 이 여정의 정점에 도달한다.
냄새에 예민한 이들조차 "볶음밥은 정말 맛있다"며 바닥까지 긁게 만드는 마력이 그 철판 위에 담겨 있다.
모래내 시장의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며 옷에 배어든 냄새는 불쾌함이 아닌, 오늘 하루 치열하게 살아낸 훈장처럼 느껴진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정직한 국물 한 그릇이 그리울 때, 난 다시 이 낡은 미닫이문을 열게 될 것이다.
닭내장집: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 28-5 #모래내닭내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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