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탐방이라는 거창한 말은 사절한다.
나는 그저 배가 고플 뿐이고, 기왕 채울 배라면 그 속에 깃든 세월의 무게 정도는 알고 먹고 싶을 뿐이다.
요즘 식당들은 화려하고 세련됐다.
그 나름의 가치도 있겠지만, 내 발길은 자꾸만 지도를 뒤져 지방의 끝자락이나 이름 모를 골목 안쪽으로 향한다. 그곳엔 전날 미리 전화를 넣어 자리를 청해야 하는 집도 있고, 예약 따위는 안 받으니 무작정 와서 기다리라며 큰소리를 치는 집도 있다.
내가 굳이 이런 노포들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들은 대부분 주인장 혼자서 고단하게 꾸려가는 곳이며,
그래서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귀한 풍경들이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예약제든, 무심한 선착순이든 상관없다.
그 법도가 무엇이든 그 뒤에는 내 방식대로 정직하게 무쳐내겠다는 주인장의 고집이 숨어 있다.
이 만담은 단순한 맛의 기록이 아닐것이다.
낡은 타일 벽에 밴 소주 냄새, 주인장의 투박한 손마디,
그리고 밥 한 그릇 비우고 걷는 산책길의 공기까지가 모두 한 상의 메뉴다.
까칠하게 굴다가도 결국 주인장의 진심 앞에 무장해제 되고 마는,
어느 한량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정직한 밥 한 그릇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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