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 은하장에서 만난 유니짜장의 변주와 고기튀김의 정점
파주 문산, 접경지 특유의 건조한 공기가 흐르는 이 동네에서 맛을 아는 사람들은 사람들은 보통 '삼거리 부대찌개'를 떠올린다. 하지만 또 아는 사람들은 안다.
낡은 상가 2층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 끝에, 블루리본이 훈장처럼 '덕지덕지' 붙은 문 하나가 있다는 것을. 1970년부터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54년, 지역에선 대물림을 거쳐 60년 노포로 통하는 '은하장'이다.
이곳에 발을 들이려면 약간의 운과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하루 딱 20그릇만 파는 짬뽕은 이미 내 몫이 아니었다.
대체 몇 시에 와야 그 귀한 국물을 마실 수 있는 건지, 3대째 이어오는 고집인지 상술인지 알 길은 없으나
못 먹는다니 괜히 더 아쉽다.
쿨하게 포기하고 이 집의 또 다른 주인공인 유니짜장과 고기튀김을 주문한다.
먼저 나온 유니짜장은 생경하다. 재료를 잘게 다져 넣는 유니(肉泥)의 정석을 따르되, 그 장맛이 묘하다.
한 수저 뜨면 된장의 구수한 풍미가 스치는데, 끝 맛은 또 칼칼하다.
볶는 과정에서 고추가루나 쥐똥고추라도 들어간 것일까.
익숙한 춘장의 단맛보다는 묵직한 장맛과 은근한 매운맛이 지배적이다. "짜장이 왜 이래?"라고 투덜거리다가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지독하게 개성 있는 맛이다.
이어 등장한 고기튀김은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세속적인 표현 말고는 대체할 단어가 없다.
소위 고기튀김 좀 한다는 전국의 노포들을 꽤 다녀봤지만, 이곳은 결이 다르다.
소금만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잡내 하나 없는 고기의 선도가 혀끝에 먼저 닿는다.
튀김옷은 겉은 바삭하되 속은 공기를 머금은 듯 부드럽다.
간이 워낙 완벽하게 잡혀 있어 소금조차 사족처럼 느껴질 정도다.
평소 튀김류를 좋아하지않는 나조차 '내가 이렇게 고기튀김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접시를 비워냈다.
50년이라는 세월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주방 안에서 수만 번 흔들었을 웍질의 무게와,
손님의 기대를 무심하게 쳐내며 20그릇 한정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꼿꼿함이 지금의 은하장을 만들었을 게다.
사라지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둬야 할 맛, 문산의 삼거리 부대찌개만큼이나 선명한 문산의 각인이다.
은하장 경기 파주시 문산읍 문산기선로 11 (문산리 17-5)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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