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으로만 1박 6끼를 채운 이유
투덜이와 1박 2일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춘천과 화천.
“가면 뭘 먹을까?”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됩니다.
늘 그렇듯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택했습니다.
길가에 늘어선 가게들,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 느긋하게 걸어가는 마을 개 한 마리까지…
국도로 달리면 소소한 일상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재미가 됩니다.
은평 한옥마을 카페에서 커피를 챙기고, 양주에 도착해 짜박두부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근처 빵집에서 차 안에서 먹을 빵까지 챙기니, 슬슬 여정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릅니다.
저녁 무렵 춘천에 도착해 선택한 첫 끼는 당연히 막국수였습니다.
1930년대부터 4대째 이어져 내려온 집, 춘천 명가 칼국수
지금은 세계명인 칭호까지 받은 곳이지요.
들깨 시래기 막국수, 비빔 막국수 한 그릇씩.
첫 입을 넣는 순간, 딱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건 1930년대의 맛이다.”
시대와 유행에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온 맛이었습니다.
막국수로 저녁을 해결했으니, 밤이 되자 다시 출출해집니다.
원래 계획은 ‘박스푸드’에서 냉우동과 참나물김밥을 먹는 것이었는데, 휴가로 문을 닫았더군요.
하지만 저에겐 늘 대안이 있습니다.
차를 7분 달려 도착한 곳, 진아하우스.
무려 50년 가까이 된 분식집으로, 짬뽕라면과 옛날 햄버거, 김치볶음밥이 일품입니다.
새빨간 국물의 짬뽕라면 한 입.
“역시 여기가 넘버 원이지.”
그렇게 새벽 두 시까지 영업하는 분식집에서, 춘천의 밤은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화천으로 향하기 전 또 하나의 간식을 준비합니다.
춘천의 50년 전통 ‘왕짱구 분식’에서 만두와 꼬마김밥을 챙겼습니다.
만두 8개, 김밥 16개에 10,500원.
맛은 훌륭하고 가격은 혜자, 이런 집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산과 강, 호수를 끼고 달리다 보면 화천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선택한 점심은 화천 열무국수.
실은 들깨 삼계탕과 열무국수를 놓고 많이 고민 했지만 오늘은 열무국수 윈...
하지만 그 전에, 2년 전 찾았던 ‘원천상회’에 먼저 들렀습니다.
어쩌다 사장으로 유명해졌지만 라면에 진심인 집입니다.
제가 나중에 라면 맛집도 한번 모아서 올려야겠네요.
건면 라면에 볶음김치, 호박, 파가 잔뜩 들어간 국물.
그 시원한 한 그릇에 결국 국물까지 완샷.
사장님과 나눈 소박한 대화까지, 라면이 주는 따뜻한 힘이란 이런 거겠지요.
배가 불러 화천 열무국수는 포기하는걸로 하고 서울 쪽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스톱! 스톱!”
투덜이의 외침에 급히 차를 세웠습니다.
앞을 보니, 우연히 마주친 열무국수집.
잠시 고민했지만 곧 결론은 같았습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르잖아.”
결국 또 들어가 고기대파우동과 열무비빔국수를 주문했습니다.
시원한 계곡물 소리, 잘 익은 열무에 설탕 한 스푼 얹은 듯한 친숙한 맛.
그리고 대파가 듬뿍 들어간 구수한 국물의 고기우동.
배는 이미 가득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또 한 번의 행복을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또 이야기했습니다.
“아, 들깨삼계탕 못 먹고 왔네.”
“홍천 닭구이도 괜찮은데…”
배 속이 꽉 찬 채로, 입은 여전히 다음 음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투덜이와 저는 먹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 먹으면서 여행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여행은 우연히도 분식으로만 1박 6끼를 채운 기록이 되었습니다.
짬뽕라면, 막국수, 김밥, 만두, 열무국수…
살은 조금 찌겠지만, 웃음이 더 많이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디로 갈까요.
아마 또 국도를 달리며, 차 안에서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