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본능에게 길을 묻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사치는 ‘나’로 사는 것이었다"

by 까칠한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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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으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 삶의 시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수술대에 누워 눈을 감던 순간부터, 1년여 동안 병원 복도를 오가던 시간 속에서 저는 뒤늦게 저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무엇을 좇아 살아왔을까요. 무엇을 누리며, 또 무엇을 잃어왔을까요.

그때부터 고민하고 10년이 지났습니다. 다행히 몸 멀쩡하고 1년이 10년이 되어 덤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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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무게


감정은 늘 묘합니다.
정작 절실히 전해야 할 순간에는 꽁꽁 숨겨두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배설하듯 흘려내곤 했습니다. 마음이 움직일 때 그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며, 꼭 필요한 이에게 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면서도 말로는 쉽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솔직해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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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깊은 잠 두어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지, 아프고 난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늘 허겁지겁 삼켜버리던 밥 한 숟가락이, 잃어버린 입맛 끝에 다시 돌아왔을 때 얼마나 고마운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씹어 맛을 느끼는 순간, 몸이 음식을 받아들이는 그 단순한 행위조차 삶의 은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얀 쌀밥 한 그릇의 따스함이,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더 깊이 마음을 채운다는 사실을 이젠 압니다.






성의 언어


그리고, 성입니다.
병든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욕망은 단순한 충동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가장 따뜻한 확인이자, 살아있다는 실감이었습니다. 몸과 몸이 만나 위로가 되고, 그 순간만큼은 삶을 붙잡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소중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제 마음을 깊이 아프게 했습니다.


이젠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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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길


본능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우리가 잘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신호였는데...


돈과 명예를 좇으며 앞만 보고 달려 오다 이젠 좀 멈췄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본능이 더 중요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저는 제 본능이 이끄는 대로, 맛있는 커피와 음식을 찾아 전국을 다니며 먹고 책 쓰고 전달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끼의 밥, 한 잔의 커피 속에서 삶의 위로와 행복을 발견하며, 지금의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합니다.

본능을 소중히 여기되, 조금 더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삶.
그것이 잘 사는 길이며, 그것이야말로 어른이 되어간다는 증거라고 믿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 스스로 한량이라 부릅니다.

느리고 여유로우면서도 어느 순간엔 까칠한.....


그렇게 조금 느리고, 조금 여유롭게, 본능을 존중하며 사는 삶을.
그리고 그 길 끝에서야 비로소 진짜 제가 서 있을 것 같아서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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