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오로지 콩물로 승부 인생 맛집

40도 폭염 속에서 찾은 극락의 맛. 광주 원조 두유

by 까칠한 한량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달아오른 공기가 온몸을 감쌌고, 100미터 남짓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무등산 초입, 작고 소담한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큰 간판도 없었습니다.

그저 '원조두유'라는 단순한 이름만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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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에 들어서니 벽면에 붙어있는 배우 이규한의 사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연히 들렀다가 인생 콩물을 만났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시작된 자동 맷돌 소리. 기계의 단조로운 돌아가는 소리가 오히려 정겨웠습니다.

곧이어 나온 것은 뽀얀 콩물 한 잔. 하나는 설탕을 넣고, 하나는 소금을 넣어 마셔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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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금을 입에 머금는 순간,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그냥 콩물이라고? 아니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콩을 갈아 만든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겉보기엔 걸죽한 국물 같았지만, 입안에서는 마치 부드러운 크림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콩의 고소함이 혀끝에서 목구멍까지, 그리고 온몸으로 퍼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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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한의 사인이 과장이 아니었구나. 정말 '인생 콩물'이었습니다.

두 잔을 모두 마시고도 아쉬워서 두 병을 더 포장해왔습니다. 40도 폭염 속에서 마신 그 시원하고 부드러운 맛은 그야말로 극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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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두유

1970년부터 오직 콩물 하나만으로 한자리를 지켜온 진짜 원조의 무게가 있었습니다.


화려한 메뉴도, 복잡한 조리법도 없습니다.

그저 좋은 콩과 오랜 경험, 그리고 변하지 않는 정성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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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완벽합니다.

뜨거운 여름날, 작은 가게에서 마신 한 잔의 콩물이 그것을 증명해주었습니다.

광주에 가신다면, 화려한 맛집도 좋지만 이 작은 가게의 콩물도 꼭 한 번 드셔보시길.

당신도 분명 '인생 콩물'을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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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두유 광주 동구 무등로 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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