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밥상이 그리울 때: 보석 같은 백반집 세 곳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위로의 밥상 순흥식당, 정배식당, 실비타운

by 까칠한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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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백반이 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시절부터, 시장 한구석에서 주린 배를 채워주던 푸짐한 시장 백반,

쉴 틈 없이 달리는 기사님들을 위한 정 많고 푸짐한 기사식당 백반,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해주는 공장형 뷔페 백반까지.

저마다의 이야기와 온기를 품고 있지만, 유독 마음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할머니의 손맛과 따스한 온기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보석 같은 백반집 세 곳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특별한 밥상으로의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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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곳은 모두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연로하신 탓에 언제 문을 닫으셔도 이상하지 않은,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귀한 밥상입니다.

대를 이을 사람도 없이 할머니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시기에,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더해져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특별한 밥상으로의 여행입니다.


첫 번째, 자연의 맛 그대로: 양평 순흥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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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한적한 동네 귀퉁이, 옛 아궁이의 흔적이 정겹게 남아있는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 나물 맛집, 순흥식당입니다. 이곳의 밥상을 받기 위해서는 전날의 예약이 필수입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기다렸다는 듯 14첩 나물 반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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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산나물들과 묵은 장아치들이 소박한 그릇에 담겨 있지만, 하나하나 맛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과하지 않은 양념에 나물 본연의 향과 맛이 살아있어, 한 점씩 집어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어느새 뚝딱 사라집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다들 큰 대접에 나물을 듬뿍 넣고 밥을 비벼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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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 몇 숟갈, 고소한 참기름과 매콤한 고추장을 더해 쓱쓱 비벼낸 나물 비빔밥 한 그릇은,

단돈 6천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자연이 차려준 이 소박하고도 풍성한 밥상이야말로 진정한 백반이 아닐까요.


Tip: 순흥식당은 꼭 전날 예약해야 맛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지친 입맛을 달래주는 위로: 양평 정배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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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투박하고 꾸밈없는 분위기의 정배식당. 이곳은 자극적인 조미료와 양념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과 위장을 다독여주는 ‘힐링 식당’입니다.

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할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반찬들이 먼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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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노각무침, 갓 담근 김치, 짭조름한 고등어조림, 그리고 이 집의 자랑인 구수한 시골 된장찌개까지.

하나같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정직한 음식들입니다.


특히 할머니가 끊여 내신 된장찌개는 저에게는 영등포 또순이네, 남대문 심원보다도 더 깊고 진하고

된장찌개 맛 그대로의 진심이 담긴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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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니까 SNS에 올리지 말라"는 할머니의 귀여운 타박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지는 곳.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가게 된다는 ‘인생 백반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곳입니다.


Tip: 할머니께서 연속극을 보시는 시간은 피하고, 오후 4시 이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갈때마다 찬이 바뀌고 할머니 마음이시니 까칠한 분은 피해주세요.


세 번째, 사랑으로 차려낸 26첩 반상: 능곡 실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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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한 능곡의 작은 골목, ‘백만불 양복점’과 나란히 자리한 ‘실비타운’에는 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남편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 아내가 작은 식당을 열었다는 따뜻한 사연. 그 사랑이 밥상 위에 고스란히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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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통의 전화 끝에 겨우 예약에 성공하고 찾아간 식당 문을 열면, 정확히 26가지의 반찬이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져 있습니다. 하나씩만 맛봐도 밥 두 공기는 거뜬할 정도입니다. 푹 묵은지로 끓여낸 김치찌개는 시큼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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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밥을 먹고 숨을 고르고 있으면, 디저트로 야쿠르트까지 챙겨주시는 정겨움. 특별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실비타운은 단순한 백반집이 아닌,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이야기 그 자체입니다.

실은 실비타운은 시장속 백반집에 가깝긴하지만, 노부부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반찬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것 같아 같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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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실비타운 역시 예약이 필수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여러 번 전화해 보세요.


이 세 곳의 식당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에게 ‘백반’은 어떤 의미냐고. 저에게 백반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이곳을 들르면 그리운 누군가가 차려준 따뜻한 기억이자 위로입니다.


오늘, 할머니의 밥상이 그립다면 이곳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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