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맛있어야 진짜 밥집입니다

카페엔 커피가 기본이라면 한식집에는 밥이 기본입니다

by 까칠한 한량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끔 생각합니다. 맛이란 뭐가 가장 기본일까요. 화려한 플레이팅도, 특별한 소스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식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결국 쌀, 즉 밥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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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집을 가든, 한정식집을 가든, 찌개나 국밥집을 가든 빠지지 않는 기본적인 구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밥이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당연한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또 식당 광고를 보면 "냄비밥을 해줍니다", "돌솥밥을 해줍니다"라는 문구는 흔합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쌀을 사용해서 맛있는 밥을 정성스럽게 짓습니다"라는 글귀는 귀합니다.

밥에 대한 가치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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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밥이 맛있는 곳, 좋은 쌀로 밥을 짓는다는 글귀가 있는 식당에 호감이 생깁니다.


카페에서 커피가 기본인 것처럼, 한식집에서는 밥이 기본이라는 걸 아는 곳들 말입니다.



뚝방길 생 두루치기, 고양 행신동

행신역 앞에 있는 이 집은 20년 동안 단일 메뉴 김치전골 하나로 버텨온 곳입니다.

동네 맛집에서 시작해 슬슬 알려지기 시작한 식당인데,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갔을 때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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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은 글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90%의 좋은 재료와 10%의 조리 기술로 결정됩니다." 언뜻 들으면 맛 칼럼니스트가 할 법한 말 같지만, 이 식당 벽에 당당히 붙어 있는 철학입니다.

정말 재료와 정성에 진심인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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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350일 숙성한 국산 묵은지를 쓰고, 돼지고기는 한돈을 매일 사옵니다.

두부도 직접 만드는데 간수를 사용하지 않고 이 집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새우젓으로만 간을 한 계란탕을 먹어보니 음식에 진심인 게 느껴졌습니다. 부드럽고 삼삼한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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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엇보다 밥이 맛있었습니다. 수향미라는 쌀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윤기가 좋고 찰기도 적당했습니다.


시베리아 쌀과 국산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누룽지 향의 쌀 거기에 조가 들어간


맛잇는 밥과 김치찌개


김치찌개 하나로 20년을 버텨온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미자네 냄비밥, 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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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은 경치 좋고 물 좋고, 계절마다 단양만의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 단양 시장 근처에 현지인들이 다니는 맛집이 하나 있습니다.


미자네 냄비밥입니다. 저는 단양에 갈 때마다 꼭 한 끼는 이곳에서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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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밥 정식을 주문하면 그때부터 밥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옆 테이블 아주머니가 빨리 안 나온다고 투덜거리시는데,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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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은 11가지가 나옵니다. 하나하나 다 맛있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이곳은 해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밥과 잘 어울리는 반찬들이었습니다.


고등어구이와 명태뢰, 오이소백이는 정말 밥도둑이었습니다.

직원이 냄비밥을 공기에 가득 퍼주고는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밥솥을 다시 주방으로 가져갑니다.


이 밥이 정말 예술입니다. 찰지고 윤기도 있고 맛도 있고. 밥집의 기본인 밥이 이렇게 맛있으니, 맛있는 밥이 생각날 때면 이 먼 단양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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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밥에 된장찌개, 고등어구이로 정신없이 밥을 다 먹고 나면 끓여서 내온 누룽지로 마무리합니다.

김치, 명태회, 오이와 함께 먹다 보면 어느새 불룩 나온 배와 어느새 사라진 빈 공기들만 남습니다.



강구 미주구리 갈치조림, 경복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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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경복궁역 맛집입니다.

갈치가 실하고 냄비밥이 나와서 자주 가는 곳인데, 세꼬시와 곰치국, 물회도 유명합니다.



총각김치가 예술적으로 맛있습니다.

시래기무침도 심심하니 맛좋고, 멸치조림도 그렇습니다. 여하튼 반찬 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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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조림 2인분을 시키면 갈치가 정말 실합니다.

살이 많고 양념장이 밥 비벼 먹기 아주 좋습니다.


냄비밥도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흰쌀밥을 퍼주시고 다시 냄비를 가져가셔서 누룽지를 만들어서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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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한 갈치와 무, 감자를 떠서 먹기 시작하면 밥 한 공기는 금세 비워집니다.

그리고 나서 누룽지를 기다립니다.

누룽지에 총각김치 올려먹으며 마무리하면 배는 불러만 오고 행복한 저녁이 됩니다.


한국관, 서울 북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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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로 유명한 곳이고, 개인적으로는 김치찌개 최고라고 생각하는 집입니다.

양도 많고 고기 잡내도 없고, 정말 김치찌개의 기본이 잘 표현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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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서 돌솥에 화구에 올려서 해주시는 돌솥밥은 감히 전기로 해주는 돌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밥의 윤기와 찰기는 정말 좋고 맛있고, 특히 누룽지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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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4시간 영업 식당이어 더 좋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40년 업력은 손님들이 만들어줍니다.







이런 기본을 중시하는 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한식집에서 밥이 기본이라는 건 카페에서 커피가 기본이라는 것과 동일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쌀로 정성스럽게 지은 밥을 내어주는 식당, 그런 곳이야말로 진짜 한식 맛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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