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편 삶이 다시 시작된 온도
“1년 남았습니다.”
그 말이 귓가를 스쳤을 때,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
죽음은 그렇게 찾아왔다. 소리도, 예고도 없이.
며칠 뒤, 정밀검사 결과는 더 잔혹했다.
그날 밤 나는 응급수술대에 올랐다.
눈을 떴을 때, 내 몸은 낯설었다.
배는 반으로 갈라져 붕대를 칭칭 두르고 있었고,
입에서는 내가 하고픈 말 대신
신음 비슷한 소리만 입 주위를 맴돌았다.
구렇게 꼬박 3개월 동안 병실에 누워 있었다.
먹을 수 없었다. 금식 상태였다.
70kg이던 몸은 49kg로 말라갔다.
거울 속 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 복도 끝 환자들의 식사를 나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아, 밥 냄새다.”
그 냄새가 그렇게도 그리울 줄 몰랐다.
밥 한 공기, 아니 한 숟가락만이라도.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아니 단 한 모금이라도.
그 단순한 욕망이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었다.
퇴원 후 처음 찾은 건 병원에서 멀지 않은
신설동의 어머니 대성집 해장국집이었다.
숟가락을 드는 손이 떨렸고,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밥 한 숟가락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그날 이후 내 삶이 달라졌다.
예전엔 그저 허기져서 먹었고,
아무거나로 한 끼를 때우곤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먹는 일’은 내게 의미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 몸에 좋은 재료,
한 끼의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49kg까지 떨어졌던 몸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고,
몸이 회복되자 마음도 따라왔다.
이젠 안다.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삶의 온도를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본능이다.
“살아 있다는 건 밥 한 숟가락의 힘이다.
그 한 숟가락이 내 몸을,
그리고 내 인생을 다시 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