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4개월만의 국밥 한 그릇

음식편 삶이 다시 시작된 온도

by 까칠한 한량

“1년 남았습니다.”

그 말이 귓가를 스쳤을 때,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

죽음은 그렇게 찾아왔다. 소리도, 예고도 없이.

며칠 뒤, 정밀검사 결과는 더 잔혹했다.



그날 밤 나는 응급수술대에 올랐다.

눈을 떴을 때, 내 몸은 낯설었다.

배는 반으로 갈라져 붕대를 칭칭 두르고 있었고,

입에서는 내가 하고픈 말 대신

신음 비슷한 소리만 입 주위를 맴돌았다.

구렇게 꼬박 3개월 동안 병실에 누워 있었다.

먹을 수 없었다. 금식 상태였다.

70kg이던 몸은 49kg로 말라갔다.



거울 속 나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 복도 끝 환자들의 식사를 나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아, 밥 냄새다.”

그 냄새가 그렇게도 그리울 줄 몰랐다.

밥 한 공기, 아니 한 숟가락만이라도.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아니 단 한 모금이라도.

그 단순한 욕망이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었다.




퇴원 후 처음 찾은 건 병원에서 멀지 않은

신설동의 어머니 대성집 해장국집이었다.

숟가락을 드는 손이 떨렸고,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밥 한 숟가락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그날 이후 내 삶이 달라졌다.

예전엔 그저 허기져서 먹었고,

아무거나로 한 끼를 때우곤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먹는 일’은 내게 의미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 몸에 좋은 재료,

한 끼의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49kg까지 떨어졌던 몸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고,

몸이 회복되자 마음도 따라왔다.



이젠 안다.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삶의 온도를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본능이다.



한량의 한마디


“살아 있다는 건 밥 한 숟가락의 힘이다.

그 한 숟가락이 내 몸을,

그리고 내 인생을 다시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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