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했던 시간에 비로소 깨어나다
한동안 병은 나았지만, 밤은 여전히 낯설었다.
눈을 감으면 수술대 위의 냄새가 떠올랐다.
기계의 심음, 차가운 공기, 그리고 내 몸의 무게.
몸은 회복됐지만, 마음은 아직 퇴원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매일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불면은 병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잠못이루던 날이 계속되었는데
이상하게도, 힘들었던 그 긴 밤들은 나를 조금씩 바꿔놓았다.
어느 날 새벽, 모든 소리가 멈춘 그 순간
기계의 심음, 병원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지 않자
그냥 숨 쉬고 있다는 것도 나에게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이젠 안다.
잠은 억지로 청하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이 괜찮다고 말해줄 때, 그제야 찾아오는 손님이다.
요즘은 그냥 그렇게 산다.
잠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둔다.
억지로 눕지도,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새벽 세 시쯤 잠이 들고 아침 아홉 시쯤 일어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일찍 자서 늦게 일어나기도 한다.
이젠 내 몸을 조종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길들이려 하지 않고, 그냥 내 몸과 타협한다.
그게 지금의 나를 가장 편하게 만든다.
이젠 잠들지 못한 밤도 괜찮다.
그 시간마저 내 안을 다독이는 시간이니까.
“잠이 안 오는 밤,
이젠 그마저도 내 편으로 삼는다.
내 몸과 타협하며 사는 것도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