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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까지 가서 먹은 내 인생 두부집

청량산 아래, ‘이북할매 모두부’ 이야기

by 까칠한 한량

서울에서 차를 몰고 한참을 달려 인천 송도 구도심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청량산이라는, 높지 않지만 정겹게 자리한 산 아래.
그 산기슭 한쪽 주택가에 이북할매라는 이름의 작은 두부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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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노란 막걸리 주전자 몇 개가 정겹게 걸린 풍경.
벌써부터 왠지 오래된 인심의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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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단출합니다.
모두부, 김치말이국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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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아래 모두 국산콩 사용이라는 문구가 왠지 든든합니다.


모두부가 먼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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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빛깔이 부드럽게 번지는 그릇 속,
김치와 양념장이 곁들여 나옵니다.
국물 한 수저 먼저 떠먹어보니 —
구수함과 담백함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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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이게 이렇게 맛있을 일이야 싶었죠.


이북식 김치 위에 모두부 한 점 올려 먹고,
양념장에 살짝 찍어 또 한입.
입안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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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두부보다도 부드럽고,
콩의 단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이 정도 맛이면 무조건 생각나고 송도까지 다시 올 수 있겠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며 그릇을 다 비워버렸습니다.


김치말이국수도 시원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면발은 쫄깃했지만,
솔직히 두부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해서
국수의 인상은 살짝 옅게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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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오기가 아쉬워
콩죽을 하나 더 시켰습니다.
콩을 간 물에 쌀을 넣어 만든 이 죽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함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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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한 점 올려 함께 먹으니
소금 한 톨 없어도 완벽했습니다.



그날 이후,
이북할매는 제 인생 두부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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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도 문득문득 그 맛이 떠올라
결국 그 후로 세 번을 더 다녀왔습니다.


매번 같은 자리, 같은 맛,
그 흔한 오차 하나 없는 맛, 그대로의 두부.
햇살에 비친 하얀 모두부 한 덩이만으로도
멀리까지 온 보람이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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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언저리,
따스한 오후 바람 속에 그릇 위로 김이 오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이상하게 편안해집니다.


� 이북할매 모두부
인천 연수구 청룡로50번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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