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의 시간과 우리 모두의 추억을 함께 끓여내는 집 명월집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국민학교 시절, 조그만 단칸방과 희미한 연탄불 냄새와 함께 기억 저편에서 아련히 떠오르는 친구가 있습니다. 방학이면 홀로 남을 친구를 위해 어머니가 끓여두고 가시던 연탄불 위 김치찌개. 그 친구의 단칸방은 우리들의 아지트였고, 동그랗게 둘러앉은 밥상 위에서 나눠 먹던 그 김치 찌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잊고 지냈던 그 맛, 그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1966년부터 인천 차이나타운 옆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명월집'. 60년의 세월이 내려앉은 이곳은, 오직 '김치찌개 백반'이라는 단 하나의 메뉴로 긴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김치찌개와 짝을 이루는 정갈한 10가지의 반찬들이 소박하게 차려집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집밥 같은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이내 시선은 식당 한편을 차지한 커다란 곤로(풍로)로 향합니다. 세월의 멋이 깃든 곤로 위, 커다란 양푼 냄비에서 김치찌개가 쉴 새 없이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손님들은 마치 내 집에 온 것처럼, 먹을 만큼 찌개를 덜어다 먹으면 됩니다.
한 국자 푹 떠 온 찌개에서 문득 그리운 냄새가 스칩니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쇼팅' 기름의 고소한 향. 바로 그 냄새가 찌개 깊은 곳에 담백하게 배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 푹 익은 김치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지고, 진한 국물은 혀끝에 익숙하고도 반가운 감칠맛을 남깁니다. 아, 이 맛?. 잊고 있던 추억의 맛이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구수한 누룽지 또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인심. 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지는 따스함이 오가는 곳입니다.
상추에 밥과 고기, 김치를 올려 한 쌈 싸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쓱쓱 비벼 또 한입. 저마다의 방식으로 맛을 음미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풍경은 하나입니다.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어머니의 김치찌개.
명월집의 곤로 위에서 김치찌개는 그저 음식이 아니라, 60년의 시간과 우리 모두의 추억을 함께 끓여내고 있었습니다.
위치: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1 명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