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새로 알게 되는 기쁨은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잠깐의 인연일지라도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건
언제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숱하게 여러 사람들을 보내고, 또 내가 떠나기도 했지만.
이별의 과정은 아무리 겪어봐도
무뎌지거나,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보통은 내가 홀로 떠나야하는 입장일 때가 더 힘들었는데
나에게 제일 제일 소중한 아빠가 떠난다.
아빠를 제외한 지금 내 생활이 그대로일 텐데도
내 삶의 반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빠가 계셔도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학교 다녀와서 인사 하고, 밥 같이 먹고
산책을 하며 이야기 조금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이 사소한 것을 앞으로 3년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
그 자체가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아빠 없이 살 수 있을까?
그 긴 시간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최근 몇 주간 시간을 쪼개가면서 여러 지인들을 만나고 오시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내 마음이 무거워져 갔다.
의사가 되겠다고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공부하는 딸을 위해
새벽까지 함께 공부해주셨다.
면접을 보면서 왜 이 길로 오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빠 이야기를 세 번이나 했을 만큼.
아빤 내 인생의 길을 만들어 주고 함께 가 준 사람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은 점을 발견하면 한없이 기뻐하고,
또 그런 나를 원 없이 예뻐해 주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낯을 가려도 내 앞에선 한없이 아이 같고,
모든 것을 양보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를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작년에 내 꿈을 이뤘다면,
올해는 아빠가 가장 행복했던 해였다.
아빠가 바라던 일을 하시게 된 사실 만으로 나도 행복하지만,
단지 그 일을 내 옆에서 하실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가슴 한켠은 허전하다.
그래도 아빠를 위해 난 그저 응원할 뿐이다.
아빠가 가시는 날 웃을 수 없겠지만,
아빠가 꼭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빨리 시간이 흘러 아빠 계신 곳에
엄마와 함께 가서 잠시나마 가족끼리 부대껴서 살고 싶다.
이런 행복한 날들을 상상해 보아도
오늘은,
내 인생에서 맞게 될 수많은 이별의 순간이 두려워지는 날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별을 연습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