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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 숙종 Jan 08. 2019

2. 새로운 여정을 앞둔
    아빠를 응원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새로 알게 되는 기쁨은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잠깐의 인연일지라도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건

언제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숱하게 여러 사람들을 보내고, 또 내가 떠나기도 했지만.

이별의 과정은 아무리 겪어봐도 

무뎌지거나,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보통은 내가 홀로 떠나야하는 입장일 때가 더 힘들었는데

나에게 제일 제일 소중한 아빠가 떠난다.

아빠를 제외한 지금 내 생활이 그대로일 텐데도

내 삶의 반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빠가 계셔도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학교 다녀와서 인사 하고, 밥 같이 먹고 

산책을 하며 이야기 조금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이 사소한 것을 앞으로 3년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 

그 자체가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아빠 없이 살 수 있을까?

그 긴 시간을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최근 몇 주간 시간을 쪼개가면서 여러 지인들을 만나고 오시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내 마음이 무거워져 갔다.  


의사가 되겠다고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공부하는 딸을 위해 

새벽까지 함께 공부해주셨다.

면접을 보면서 왜 이 길로 오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빠 이야기를 세 번이나 했을 만큼. 

아빤 내 인생의 길을 만들어 주고 함께 가 준 사람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은 점을 발견하면 한없이 기뻐하고,  

또 그런 나를 원 없이 예뻐해 주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낯을 가려도 내 앞에선 한없이 아이 같고,  

모든 것을 양보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를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작년에 내 꿈을 이뤘다면, 

올해는 아빠가 가장 행복했던 해였다. 

아빠가 바라던 일을 하시게 된 사실 만으로 나도 행복하지만,

단지 그 일을 내 옆에서 하실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가슴 한켠은 허전하다.    


그래도 아빠를 위해 난 그저 응원할 뿐이다.  


아빠가 가시는 날 웃을 수 없겠지만,

아빠가 꼭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빨리 시간이 흘러 아빠 계신 곳에 

엄마와 함께 가서 잠시나마 가족끼리 부대껴서 살고 싶다. 


이런 행복한 날들을 상상해 보아도

오늘은,

내 인생에서 맞게 될 수많은 이별의 순간이 두려워지는 날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별을 연습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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