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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봉 Aug 23. 2019

풍랑주의보에도 서핑을 할 수 있다니

서핑 3주차 - 비기너는 풍랑에 함부로 덤비지 말라

2019년 5월 5일.

세 번째 서핑을 하러 1박 2일 남애리를 찾았다.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

어린이들이 행복해하면 되고 부모도 함께 즐기면 되는 날.

이날은 처음으로 유남매도 래쉬가드를 입고 바다에 나갔다. (드디어 옷에 묻는 모래지옥에서 벗어났다)

 


날씨는 따뜻해졌지만 물은 아직 차가웠다. 수영복을 입었는데 수영을 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네 살 아들은 이런저런 꾀를 내며 한 번씩 물에 발을 담그고 퐁당퐁당거렸다.


서핑 마스터를 향한 열정이 치솟은 유서방을 위해 이번 주 강습은 유서방만 받기로 했다. 이쯤 되니 팔봉쌤이 밀어주는 보드가 아닌, 혼자 패들을 하면서 파도를 느끼고 테이크오프를 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멀리서 지켜보는데 이제는 제법 폼이 좀 나는 듯했다.


어린이날의 축복이라도 받은 듯 쨍쨍한 날씨 속 무지개가 함께한 날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서퍼를 꿈꾸는 유서방에게도 5월은 푸르고 자라나는 시간이었다.


무지개빛 남애3리 그리고 바다



 

그. 런. 데

다음날, 바다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제는 그렇게 평온하던 파도가 오늘은 제법 거칠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풍랑주의보 떴어요
신고서 쓰고 서핑할 수 있어요


귀를 의심했다.


네?? 풍랑주의보인데 서퍼들은 바다에 들어간다고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아는 풍랑주의보라면 배 타고 나가 고기 잡는 사람들도 조심해야 하는 그런 거였다.

누구나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위험하고, 왠지 들어가선 안될 것 같은.



나 한번 들어가 볼래
어떤지 직접 들어가서 느껴보고 싶어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유서방이라면 들어간다고 할 것 같았는데, 역시나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사장님, 딸린 식구가 많으니...(진심)
위험하면 꼭 알려주세요.
정말 들어가도 돼요?


걱정 어린 딸린식구들


원래 불안이 많은 나의 걱정이 전해졌는지, 강습도 아닌데 팔봉쌤이 유서방을 따라나섰다. 열정맨을 만났다는 건 열정 스승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터.


어제까지만 해도 잔잔하게 푸른 빛깔을 뽐내던 파도가 오늘은 거품 지옥이었다. 제 발로 저기를 들어간 유서방에게 걱정하는 가족보다도 서핑이 중요한 걸까라는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유서방은 파도와 사투를 벌이는 듯했다
가고싶지만 가지지않는 너란 파도...(그와중에 팔봉쌤 클라스)



그는 파도에 밀려 앞으로 나가지고 못하고, 조금 나가다가도 이내 보드와 함께 날아가기도 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는 두어 시간을 파도와 싸우고 나왔다.

표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힘들었다는 걸.

집에 가는 길, 그는 고백했다.



사실 너무 힘들었어
파도에 싸대기를 쉴새없이 맞는 기분이야
허리도 꺾이는 줄.
나가고 싶었는데 팔봉쌤이 나 때문에 들어와 준 거라
차마 나가겠단 말을 못 했어
파도가 정말 앞에서도 치고 뒤에서도 쳐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


다음엔 이런 파도에는 안 들어가려고


넌 이제 떠나지만 너의 뒤에 서있을거야
아...집에 가고싶다...




맥봉쓰 서핑tip.

풍랑주의보에 서핑을 하려면 해양경찰청에 입수신고서를 작성하고 바다에 들어가야한다
* 안하고 들어갔다간 과태료 10만원
** 풍랑특보, 태풍특보시엔 입수금지

정확한 명칭은 ‘수상레저활동신고’


실명인증 후 작성만하면 끄읕.

https://imsm.kcg.go.kr/WRMS/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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