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2주차 - 어서 와, 게스트하우스는 처음이지?
2주 만에 양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리조트로 가지 않고 팔봉에 숙소를 잡았다.
그동안 우린 여행을 다니면 호텔과 리조트만 찾아다녔다.
나는 어릴 적 아빠가 데리고 다니던 낚시터에 대한 기억, 바닷가 민박에 대한 기억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 시절 푸세식 화장실도 기억이 나고, 어쩌면 지금의 내가 여행을 다니며 깨끗한 화장실에 대한 집착(?)을 하게 만들어준 추억일지도. 그리고 유남매가 생기고 나서는 호텔 안에서 식사와 수영까지 한 방에 즐길거리가 있어서 더 그렇기도 했다.
근데 이젠 아이들도 바다에서 노느라 딱히 부대시설을 이용할 일이 없고, 우리도 서핑하고 나서 숙소까지 가는 시간 2-30분을 아껴보고 싶었다. 물론 비용절감은 말할 것도 없고.
진정한 오션뷰란 이런 거지
방에는 자그마한 싱크대와 냉장고, (깨끗한) 화장실이 있었다. 침대 없는 온돌방이라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아도 걱정할 게 없었다. 자다가 떨어질 일도, 모서리에 부딪힐 일도.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 머물며 서핑을 하기로 했다.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니라 바닷바람에 추위는 느껴졌지만,
처음 배울 때에 비하면 적어도 오리털 패딩은 안 입어도 될 정도였다. 유남매도 함께 바다에 나가 놀 수 있는 햇살이, 바람의 온도가 포근해져 갔다.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라서 물에 들어가 보드에 적응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2주 전 그때 그 느낌으로. 보드 위에 일어설 때 시선이 물을 향하면 밸런스가 조금이라도 무너져 바로 빠지게 되는데, 그러지 않으려 최대한 앞만 보겠다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다행히도 이 날은 파도가 약해서 팔봉쌤이 파도 리듬에 맞춰 밀어주는 속도에 나는 일어나기만 하면 됐다. 물에 빠지면 왜 빠졌는지 복기할 여유도 생겼다.
보드에 엎드려있다 패들을 하면서 파도의 속도감을 느끼며 보드 위로 일어서는 순간의 그 ‘테이크 오프(take-off)’가 성공하면, 물 위를 가르며 나가는 그 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테이크 오프가 연이어 성공하니 자신감이 붙었다잘할 수 있을 운동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