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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봉 Aug 17. 2019

7세, 4세 남매 데리고 부부가 함께 서핑을 배우는 법

번외 편(1) - 우리는 매주 이렇게 다녀요


우리 부부가 서핑을 배우면서 한 번씩 드는 생각은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신혼일 때 좀 더 자유롭게 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어쨌든 우리는 유남매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이므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장거리 취미생활이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앞마당이 있는 예스 키즈존 서핑샵
마당이 놀이터는 아니지만 그네도 있다구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빠 엄마 취미 생활하려고 그 먼데까지 가는데, 마음 편하게 머물 곳이 있어야 했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민폐의 종류가 더러 있는데

- 예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야외에 놀러 나온 유남매가 평소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꽥꽥 소리 지르며 뛰어놀기라던지 밤에 자다 이불에 쉬야를 한다던지(요즘은 낮잠이불을 싸들고 다니는 중...) -  

특히나 온 식구가 바다에서 놀다 보니 서핑을 안 하는 아이들까지 샤워를 시켜야 하는 상황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어딜 가나 말 안 듣고 조심성 없이 늘 뛰어다니는 4세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 지나다니다 유심히 보게 됐는데, 다른 해변의 서핑샵 중에는 출입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차가 다니는 도로인 경우도 있었다.


반면에 앞마당이 있는 곳에선 유남매가 왔다 갔다 해도 괜찮은데다 미리 위험요소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서핑샵 손님들이 슈트를 빌리거나 보드를 들고 드나드는 곳인데, 아이들이 그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더더욱.


양양의 수많은 서핑샵 중 노키즈존이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지만, 감사하게도 우리가 다니는 남애리 팔봉서프 사장님인 팔봉쌤은 유남매에 대해 어쩌면 부모인 우리보다도 이해의 폭이 넓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알바 삼촌과 이모(이지만 20대 청춘남녀)도 귀찮을 법한 개구쟁이 유남매를 너무나 유쾌하게 받아주고, 놀아주는 방면에 있어선 우리보다도 훨씬 고수다. 거기에 두 마리 귀여운 강아지까지 있으니 이제는 유남매에게도 한 주라도 안 가면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부모보다 나은 육아고수님들
부모보다 잘 놀아주는 육아고수2  강아지 바다랑 사랑이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다 보니,

우리처럼 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처음 서핑샵에 있으면서 어색했던 것 중 하나는 샵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인사를 한다는 점이었는데 오히려 아이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됐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와 달리 유서방은 관계 맺기에 있어서 다소 철벽을 치는 스타일인데 여기에서만큼은 그도 마음을 잘 열었다. 형님 아우 하는 관계도 종종 생기고 아이들끼리도 잘 어울렸다.


그 흔한 장난감 없이도 돌멩이 하나 민들레 꽃 하나로도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그렇게 서핑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이는 가족들과의 인연도 소중하게 만들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공동육아 가능샷




함께 즐길 거리가 있는 계절

우리가 서핑을 시작한 초봄 꽃샘추위가 지나니 봄 햇살이 따뜻해져 왔다. 서울에는 미세먼지가 한창인데, 태백산맥을 넘어가니 일단 아이들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곳. 그리고 모래놀이가 가능한 계절이었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5월에도 래시가드를 입혀서 모래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한 날이었다. 여기에서만큼은 날씨만 허락하면 마음껏 모래놀이를 시켰다.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의 바다


봄부터 강습을 받으니 여름이 되자 파도가 좋지 않거나 장판(=아예 없는 날) 일 때는 누군가 옆에서 봐주지 않더라도 혼자서 바다에 들어가 패들 연습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됐다.


그래서 한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면 다른 한 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있고, 파도가 없는 날은 함께 보드에 태우고 놀기도 했다.


파도가 있거나 없거나 함께 노는 법



올여름 양양 바다에 있으면서 처음 알게 된 건,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시즌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는 바다에 물놀이 구역과 서핑 구역이 따로 나뉜다는 것. 서핑존에선 혹시라도 보드에 의한 사고를 우려해 물놀이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서핑존과 가까운 물놀이존에 자리를 잡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바꿔가며 서핑을 연습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한 사람만 행복하면 됐다
아빠 어디가?


비가 와도 파도가 좋은 날은 서핑을 탄다.

아이들은 바다로 데려갈 수 없으니 그런 날은 타고 싶은 사람만 타기로 했다. 나보다는 남편이 서핑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중이라 대부분은 유서방이 탈 수 있게끔 한다.


사실 무엇이든 잘 못하는 사람이 장비 탓하고 날씨 탓하는데 그게 바로 나다. 날씨가 흐릴 땐 왠지 회색빛 파도가 날 잡아먹을 것 같은 두려움... 차라리 마음 편하게 독박을 자처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슬쩍 아이패드를 건네주고 쉰다.(불량엄마) 적어도 집에서처럼 '뛰지 말라' '하지 말라' 잔소리꾼 엄마가 되진 않으니 주말 양양 라이프에 대한 유남매 만족도가 높은 것 아닐까.




먹이고 씻기는 데에도 업무분장이 필요하다.


어른들이야 대충 간단하게 먹어도 된다지만, 자라나는 유남매의 식사를 대충 넘길 수는 없는 게 엄마 마음이다.


아침을 먹고 바다에 나가면 대략 두세 시까지 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논다. 집집마다 역할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식사는 내가 챙기는 역할이라 유서방이 서핑하는 동안 유남매를 데리고 간편식으로 점심을 챙겨준다.


그리고 오후 반나절 놀고 나오면 아빠 엄마 둘 중 한 사람이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들어가 먼저 씻긴다. 먹이는 사람, 씻기는 사람, 때로는 한 사람이 그 둘 다 하는 경우도.


보통 주말의 1박 2일을 꽉 채우는 일정이라 밤 운전을 하는 사람을 위해 한 사람에게 피로를 올인(?)해 주기도 한다. 이건 3개월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매주 양양을 찾으며 가장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부모의 행복을 위해 유남매가 고생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이번주 피로의 주인공은 나야나



바다를 싫어했던 우리가
바다를 천국으로 여긴다


어릴 때는 안 그랬겠지만, 언젠가부터 바다는 보기에만 좋은 곳이었다. 놀고 나면 몸 구석구석 끼어있는 모래가 싫었고, 해수욕장 특유의 지저분함이 싫었다. 이 모든 편견을 바꿔준 곳이 남애리다.


가족마다 취향이 있지만, 우리는 사람이 많고 흥이 많은 곳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밤에는 축제가 열린다는 죽도 인근은 가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처음 유서방이 '서핑샵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택한 덕분에 남애3리 바다를 처음 알게 됐지만, 어쩌면 운명 같은 인연으로 바다가 우리를 초대해 준 건지도 모르겠다.


동해바다이지만 모래사장이 넓고 얕은 편인 데다

갯마을 해변까지 뻥 뚫린 해안선이 정말 매력적인 곳.

해가 질 때마다 노을이 감탄을 자아내는 곳.

그 흔한 유흥을 즐길 데 없어

밤이 되면 고요한 평화가 흐르는 곳.


계절은 바뀌어가지만

바다는 매번 다른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하기에




우리는 오늘도 두 아이와 서핑을 간다.








다음 번외 편 - 양양에서 아이들 데리고 먹기 좋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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