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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봉 Sep 09. 2019

우리는 서핑가족이 될 수 있을까

서핑 5주차- 파도가 없어도 행복하게 서핑하는 법

지난주 파도에 부서진 멘탈을 회복이라도 시켜주듯

이번 주는 나에게 힐링의 시간이었다.


장판인 날, 파도가 전혀 없는 그런 바다에서 무슨 서핑을 하냐고 묻는다면 이런 날이야말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은 운동이라는 것을.


패들연습


패들링은 파도를 타러 라인업에 들어갈 때나 파도 잡을 때 중요한 가장 기본기이도 하다.


사실 나도 패들은 그저 자유형 헤엄치듯 팔 저으며 들어가면 되는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지난주 파도에 떠밀려 나가지 않는 몸뚱아리(...)를 몸소 체험하면서 패들연습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유산소운동인 건 기본이고 근력운동에 뜻밖의 지구력을 요한다. 파도가 없는 날에만 가능한 저기 그곳 닿지 못할 듯한 노랑 등대까지 보드에 패들링만 하고도 찍고 돌아올 수 있는 정도로.


파도가 사라진 바다


테이크오프 연습


서핑 고수들이 보면 황당할 말일 수도 있지만, 파도가 없으니 마음만 먹고 보드 위에 일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

파도가 날 말리게 하지도 않으니 겁먹을 필요도 없고, 중심을 못 잡아 바다에 빠져도 숨도 못 쉴 만큼 덮치는 파도가 없어서 좋았다.


다만, 처음 서핑을 배울 때 느낀 파도가 밀어주는 그 짜릿함이 없을 뿐. just 힐링타임...



유서방은 오늘만큼은 나를
'장판 위의 에이스 서퍼'라고 불러주었다.
장판에이스인 나



바다놀이

 

우리가 매주 팔봉서프에서 만나게 된 J양이 있다.

대부분의 서퍼들이 파도 차트를 보고 대략 가고자 하는 날짜의 파도를 파악하는데,  파도가 없던 그날, J양이 파도가 없어서 놀거리인 낚시도구를 챙겨 왔던 날을 기억한다.


그녀는 서핑수트 모자 속에 미끼를 넣고는 작은 낚싯대 하나를 챙겨 바다로 들어갔다. 정말 바다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치마킹의 달인인 유서방은 파도가 없자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유남매에게 불가사리라도 잡아주겠다는 심정으로.


나름대로 패들 연습은 덤이다.

유서방도 어느새 바다를 매우 잘 즐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불가사리 잡으러 가신 분



서핑조기교육(?)


그러다 모래놀이를 하던 유남매가 보드에 한번 타보고 싶다고 했다.


관찰력이 좋은 첫째는 그동안 우리가 배우는 시간, 바닷속의 우리를 유심히 봤었나 보다. 발의 위치만 잡아주니 서핑자세가 제법 나왔다. 몸이 가벼워서인지 밸런스도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정말 신기했다. 보는 대로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이들이구나...




모든 부모가 자식이 잘하는 게 하나라도 보이면 호들갑 리액션은 기본이지! 유서방은 그런 첫째를 보고는 서핑국가대표를 시키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내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도 했으니, 뭐. 그것도 나쁘지 않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동남아나 해외 리조트에서 수영하고 조식을 먹고 있을 나였는데, 유남매와 함께 양양 바다에서 그저 모르는 사람이라면 판때기에 지나지 않을 서핑보드 위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다.




부부가 서핑이라는 운동을 함께하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무언가를 접하고

온 가족이 같은 바다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추억들이

낯설지만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한 5년 후면
우리 함께 라인업에 나가 있는 날이 올까

이때부터 찍기 시작한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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