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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봉 Sep 25. 2019

당신은 레벨업 나는 라인업

서핑6-7주차: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세계

몸이 기억한다는 말처럼

파도가 좋다고 하는 말에도 좀처럼 일어나지지는 않았다.

보드 탓일까 파도 탓일까(이런 핑계 무엇)

가장 큰 문제는 지난번 파도에 말린 이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멘탈 때문이겠지.


유서방은 나보단 멘탈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이번 주부터는 초보용 스폰지 보드 대신 에폭시 보드로 연습을 시작했다. 차이점이라면, 부력이 덜해서 패들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스폰지보다 무게가 덜 나가다 보니 밸런스도 더 잘 맞춰야 하고 파도를 잡을 때도 좀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는 것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풍랑이 부나
팔봉에서도 인정한 열정 대마왕은
그렇게 레벨업이 됐다.
지금의 유서방을 있게 한 레벨업의 일등공신 보드 ‘혹등고래’
레벨업을 위한 에스키모롤 맹훈련



덩달아 나도 에폭시 보드에 입문했다. 대신 함께하면 든든한 팔봉쌤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그간 지형이 바뀌면서 해변 앞쪽 낮아진 곳에는 덤프트럭이 쏟아내는 것 같은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파도가 좋은 날이라 그런지 라인업으로 보이는 곳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바다 위에 떠있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팔봉샘을 따라 어푸어푸 겨우겨우 파도를 헤치며 가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곳, 라인업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라인업에 나가니 비로소 쉴 수 있었다.



보드에 앉아 사람들의 표정도 하나하나 볼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반쯤 뒤돌아 저 멀리 오는 파도를 보고 있으니 잡생각이 하나 둘 사라졌다.


그 에너지로 용기를 내어 팔봉쌤의 도움으로 파도를 타보려고 시도했다.


그렇지만 몸이 기억하는 나의 긴장은 여전했다.

여전히 파도에 나가떨어졌고, 말렸지만,

그래도 지난번보단 아주 조금 괜찮았다.


겪어봤던 일이라 다시 겪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무뎌지긴 하더라는.


아직은 파도가 밀어주는 그 속도와 경사에 익숙지가 않았다. 쓸데없이 살겠다고(?) 버티는 힘과 겁으로 아직은 즐길 수가 없다.


이 공포를 이겨내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그래도 하나씩 극복해나가는 맛이 있다.

파도에 말리는 게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고,

라인업에 도착도 해봤다.

이제 그 다음은?


라인업 바글바글,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바글바글바글바글



이날은 지금까지 거진 매주 양양에 오면서 봤던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남애3리 바다에 속에 있었다.

우리나라 서핑 인구가 이 정도라는 걸 새삼 느낄 만큼.



(아니벌써) 초등학생들도 체험강습을 많이 했다.




서울살이를 하는 우리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그런 새로운 세계



+

유남매는 만족도 최상의 연휴를 보내고 있었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각자 놀거리를 만들거나 숙제도 했다.


온전히 자연과 함께 노는 애가 있는가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창의놀이를 발견하는 애가 있다.

서울이었다면 할 수 없는 것들이 허용되는 곳이라

나 역시도 양육방식의 고삐가 풀어진다.

singing in the rain


그래, 너희하고 싶은 거 다해



+

이날은 내가 회사 조무래기 시절부터 알았던 감독님과 초등학생 두 아들을 팔봉에서 만나게 됐다. 평소 같으면 서울에서 억지로도 만나기 어려울 수 있는 가족과의 만남이 주는 특별함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양양에서 만나는 측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서들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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