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17주차 - 잊을만하면 파도 맛이 나에게로
양양에서 맞이하는 가을이 왔다.
이 곳에서의 세 번째 계절이었다.
아직은 낮에는 아이들도 슈트를 입고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정도의 날씨였다. 왠지 조금 더 있으면 아이들과 이 모래밭에 나와 앉아있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계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서방은 드디어 공방일을 시작했다. 아직은 보드를 깎지는 않고 공방 앞 잡초를 깎고 목공일을 하며 허드렛일에 여념이 없지만 남의 기술을 배우기가 쉽지는 않다는 생각에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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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달 만에 테이크 오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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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타지는 못했어도 일단 해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어쨌든 내가 할 수는 있다는 운동임을 증명하는 것이었으니 이걸로 됐다.
연습을 할수록 느는 게 운동인데 서핑은 그런 면에서 참 어려운 운동이다. 파도는 매번 다르고 그렇다고 항상 있는 건 아니고 굉장히 제약적인 상황에서 연습을 하는 운동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에겐 이 한 번의 성공이 더욱 절실했다. 어차피 유서방 때문에라도 오게 될 곳인데 같이 즐길 수 있으면 더 좋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