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16주차 - 슬로우슬로우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여름방학 시작부터 유남매 친구들과 팔봉에서 만나 놀기도 했고, 여름 피크철에 해수욕장 시즌 동안 이렇게 놀아보기도 나 역시 처음이었다. 스스로 왠지 대견했다. 이렇게 열심히 놀았다고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13년 일한 당신, 며칠은 좀 놀아도 되지 않나?
유서방은 지난주부터 휴직이 시작됐다. 평일에도 양양에서 지내기도 한다. 눈뜨면 파도를 확인하고 보드 들고나가 서핑하는 삶을 체험 중. 본격 쉐이핑은 시작 전인데 본인이 그토록 꿈꾸던 삶이었지만 아직 행복해하진 않는다. 성미가 급하니 빨리 뭔가를 시작하지 못하자 약간의 업무 금단현상(?) 같은 게 찾아온 듯. 슬로우라이프에 적응이 좀 필요해 보였다.
나의 실력도 슬로우
나는 서핑 슬럼프 같은 게 찾아왔다. 딱히 슬럼프라고 말하는 것도 좀 우습다. 그럴만한 실력은 사실 없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강습할 때 보다도 못 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한 달동안 제대로 테이크 오프 한 번을 못해봤다. 라인업에 나가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는데, 막상 가서 파도를 보고만 있다 나오게 됐다. 멀리오는 세트 파도만 봐도 내 몸의 긴장이 느껴진다. 말려도 괜찮다는 마음을 먹어도 몸이 반응하지 않아 진지하게 이 운동을 함께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이런 나의 모습에 잠시 아이들을 맡기고 라인업까지 나와준 유서방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왠지 더 속상하고 자존심 상했다.
그냥 즐겨
잘해야 즐기지!
그렇게 말하는 유서방이나 여유를 즐겨!
그렇게 우리의 늦여름 한 주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끝이 나고 있었다.
오는 다른 계절에는 좀 다른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