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버려지는 나의 시간을 구하기로.
핸드폰을 열면 언제나 인스타 어플로 절로 손이 갔다.
업데이트된 스토리를 눌러보고, 피드에 올라온 지인과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고, 돋보기를 눌러 알고리즘 맞춤형 영상들을 보고. 보고 또 보기는 하는데 정말 습관처럼 흘러가는 시간들이었다.
내 계정에 스토리를 하나 올리려는데 매번 어떤 사진을 올릴까, 어떤 멘트를 남길까를 고민하다가 껐다 켜기를 반복하니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걸 올리고 있는 거지?' 나의 계정에 그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될 것인데.
누군가 내 사진을 보고 나의 일상을 시시하고 유치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한 구석 마음이 나의 시간을 그토록 잡아먹었다.
사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의 스토리와 피드처럼 남들도 나의 일상을 기억해주지 않을 텐데. 내가 기대하는 만큼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것 같다.
남의 인생을 보는 데 너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
어느 날엔가 인스타를 보던 나에게 남편이 한 말이었다. 반박할 수 없이 너무 맞는 말이라서 괜히 짜증이 났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나서 내 시간에 왠지 모르게 미안해졌다.
그러다 '에브리웨어 에브리씽 올 앳 원스'라는 영화를 보고 결심했다. 내가 선택한 시간이 만들어 낸 지금 여기 이곳, 나와 우리 가족이 함께하고 있는 매 순간의 가치를 인스타그램에 버려지는 시간들로 채울 순 없겠더라. 그래서 나는 인스타와 이별하기로 했다.
대신에 아이들 얼굴을 한번 더 보고, 글을 하나 더 쓰고 책을 한 줄 더 보기로.
아직은 조금 질척거리는 중이다.
어플을 지워버리기에는 남겨진 나의 추억들이 아까워 그러지는 못했다.
이따금씩 또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의 시간을 금방 알아차리고 끄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인스타와 이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