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죽음의 그림자가 저쪽 커튼너머 짙게 드리웠다.
불과 여섯 시간 전만 해도 산소호흡기를 쓰고 살려달라 외치던, 일면식도 없던 한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 슬퍼하는 이들 앞에서 마지막 날숨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듯 바이탈 사인의 알람음이 거칠게 울린다. ‘그저 살고 싶다…’라고 외치듯이.
죽음이 지나간 자리 대각선 앞 3번 베드에는 나의 엄마가 누워계신다. 바이탈 사인을 모니터링할 온갖 라인을 달고서 증상을 호전시킬 주사와 검사가 반복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평 남 짓 공간에서 삶과 죽음은 진행 중이며, 산 이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분주하다.
같은 공간, 다른 삶의 시계.
고장 난 것 같다며 연신 위험하다는 사인을 보냈던 엄마의 심장은 10시간 만에 정상이 되었다.
지금, 나의 엄마는 살아있다.
매 순간 충만하게 행복해야 한다는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하게 생긴다. 문제 있는 삶 안에서도, 없는 삶 안에서도 살아있는 현재를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와 미래로 흩어진 나를 현재에 머무를 수 있게끔.
…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