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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Nov 03. 2018

이비씨, 나의 중립국 프랑스로 떠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최인훈 <광장>


퐁피두 센터에서 공부하고 집에 가는 길에 올려다 본 파리의 하늘. 아직도 길을 걷다 보면 문득 "아 나 파리에 있네"하고 한다.


한국 나이 32.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치 새롭게 나타난 '베르테르 효과' 같은 퇴사 행렬에 합류했다.


퇴사 이유에 대한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할 듯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현실은 "응?"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나 그렇듯 내가 있던 곳도 "이게 우리의 전통이야" 라며 말도 안 되는 부조리를 반복했고 '조직의 일원'으로 그걸 받아들여 가는 나 자신이 싫었다. 더욱 난망했던 건 그 누구보다 의식이 깨어 있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사실은 부조리를 답습하는데 더욱 앞장섰다는 거였다.


멀긴 멀다...


지금 생각해보면 들어가기는 정말 어려웠는데 나오기는 쉬웠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같은 업종의 다른 곳도 살짝 기웃거려봤지만 어디에나 같은 문제가 있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차피 이 나물이 그 나물인데 이렇게 된 거 그냥 떠나버려 다시 공부를 하자고 결정했다.


그래도 파리하면 에펠탑인가?


많고 많은 나라 중 '중립국'으로 프랑스를 택한 건 아마 사회학 전공자다 보니 이 나라가 괜히 익숙해서 인지 모르겠다. 좋든 싫든 프랑스 현대 철학자니 뭐니 하는 사람들을 주워듣게 되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공부를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이 연장선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간지' 도 무시 못한다. 왠지 모르게  있어 보였다. 또 어딘가 제멋대로인 거 같은 프랑스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도 좋았다. 거기라면 나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해야 한다는 엄청난 단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로 떠났고 이미 와 있다. 이제 현실이다. 그동안 노상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버터향 가득한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꿈만 꾸면서 간과했던 어려움들이 하나 둘 등장할 것이다. 아니 벌써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처럼 다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건 이미 도망쳐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곳에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프랑스 파리, 이곳에 살고 있는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떠났다. 그래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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