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씨, 나의 중립국 프랑스로 떠나다

by 이비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최인훈 <광장>


IMG_7704.JPG 퐁피두 센터에서 공부하고 집에 가는 길에 올려다 본 파리의 하늘. 아직도 길을 걷다 보면 문득 "아 나 파리에 있네"하고 한다.


한국 나이 32.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치 새롭게 나타난 '베르테르 효과' 같은 퇴사 행렬에 합류했다.


퇴사 이유에 대한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할 듯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현실은 "응?"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나 그렇듯 내가 있던 곳도 "이게 우리의 전통이야" 라며 말도 안 되는 부조리를 반복했고 '조직의 일원'으로 그걸 받아들여 가는 나 자신이 싫었다. 더욱 난망했던 건 그 누구보다 의식이 깨어 있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사실은 부조리를 답습하는데 더욱 앞장섰다는 거였다.


IMG_5820.jpg 멀긴 멀다...


지금 생각해보면 들어가기는 정말 어려웠는데 나오기는 쉬웠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같은 업종의 다른 곳도 살짝 기웃거려봤지만 어디에나 같은 문제가 있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차피 이 나물이 그 나물인데 이렇게 된 거 그냥 떠나버려 다시 공부를 하자고 결정했다.


IMG_6175.jpg 그래도 파리하면 에펠탑인가?


많고 많은 나라 중 '중립국'으로 프랑스를 택한 건 아마 사회학 전공자다 보니 이 나라가 괜히 익숙해서 인지 모르겠다. 좋든 싫든 프랑스 현대 철학자니 뭐니 하는 사람들을 주워듣게 되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공부를 다시 한다고 했을 때 이 연장선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간지' 도 무시 못한다. 왠지 모르게 있어 보였다. 또 어딘가 제멋대로인 거 같은 프랑스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도 좋았다. 거기라면 나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해야 한다는 엄청난 단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로 떠났고 이미 와 있다. 이제 현실이다. 그동안 노상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버터향 가득한 빵을 한 입 베어 무는 꿈만 꾸면서 간과했던 어려움들이 하나 둘 등장할 것이다. 아니 벌써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전처럼 다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건 이미 도망쳐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곳에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프랑스 파리, 이곳에 살고 있는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IMG_5819.jpg 떠났다. 그래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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